<중앙PC통신토론방>한글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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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글이 반포된 지 5백50돌이 지났습니다.외래 문화의 수입등으로 우리의 말과 글은 뜻밖의 수난을 당하고 있습니다.우선 한글이 어떤 까닭으로 어떻게 잘못 쓰이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이준석=라디오.텔레비전과 같은 전파매체의 폐해를 먼저 지적하고 싶습니다.최근 방송가에서는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인기가 있는 연예인들을 각종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대거발탁하고 있는 추세인데 이들은 비속어 남용과 미숙한 존대어의 사용,부정확한 발음등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엄태호=저는 광고의 폐해를 지적하겠습니다.곳곳에 나붙어 있는각종 광고판은 한글보다는 알기 어려운 외국어 혹은 방언으로 된경우가 많습니다.또한 일부 상품에서는 한글의 어색한 변형으로 한글인지 외국어인지 모르게 만들어 놓은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지요. 박대복=PC 통신에서 사용하는 말줄임 용법에서도 한글은많이 오염되고 있습니다.주로 인사말과 끝말등 자주 쓰이는 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인데,이를테면 「어서오세요」를 「어솨요」로,「안녕하세요」를 「안냐세여」 등으로 표현하는 경우입니다. 정인준=학생들을 가르치는 학교에서도 흔히 혼동하는 예로 「가르치다」와 「가리키다」의 헷갈림이 있습니다.그리고 「우리나라」를 「저희 나라」로 낮춰 표현하는 것도 잘못이지요.그밖에도 문법에 어긋나는 존대 표현이 많습니다.예를 들어 「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계시겠습니다」와 같은 경우지요.
차철웅=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말 가운데에도 「십팔번」과 같은말의 유래는 알려고 하지 않고 마치 순수 우리말인 것처럼 사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글이 잘못 쓰이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엄=무엇보다 먼저 정부 당국자의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맞춤법과 표준어 원칙의 잦은 변경등 우리말과 글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없다보니 한글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지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잘못 쓰이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입니다.
정=한글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것은 우선 교육과 정책 부재에 근본 원인이 있지 않을까요.한글날이 공휴일에서 빠지는 것 역시 한글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또 관공서의 문서를 보면 아예 한자로만 이루어진 것도 많아요.어느 공립 도서관은 「아동열람실」조차 한자로 쓰여져 있을 정도입니다. 유홍준=언뜻 가볍게 보기 쉬운 띄어쓰기의 문제도 한글 오용의 한가지 요인입니다.현재와 같이 많은 예외 조항을 가진 비과학적인 띄어쓰기의 규칙은 한글 창제 당시에 뜻하던 바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으로 한글의 자유로운 사용을 가로막는 장애요소입니다. 이=우리말과 글이 부단히 새로 생성되고 쓰임이 변화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지요.예를 들어 「먹거리」라는 용어도 우리말을만드는 규칙에는 어긋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정착되었고 「X세대」라는 영어와 한자어를 혼용한 이상한 형태의 용어 도 이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다.이같이 새로운 용어에 대해 정부.국어학계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외래어의 범람도 문제로 지적되는데….
박=말을 표현하는 재료는 분명 한글이지만 어법은 외국어식으로이루어지는 경우가 알게 모르게 만연해 있는 게 더욱 큰 문제지요.「잠재적」이니 「필연적」이니 할 때의 「-적」과 같은 표현이 그 하나의 예입니다.
차=일상에서 마구 쓰이는 외래어가 문제지요.그냥 「예쁘다」「아름답다」 하면 될 것을 어깨까지 들썩하며 「뷰티풀」하는 것을보면 소름이 끼칠 지경입니다.
정=저는 이미 일상화해 있는 외래어도 정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외국에서 쓰이는 의미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그룹.메이커.브랜드.레슨.세일.스트레스등의 표현을 언론에서 일상적으로 쓰지 않습니까? 예식장은 없고 「웨딩홀」이 나 「웨딩타운」만 많습니다.
*토론참가자* 유홍준(dallae:도서출판 홍은 대표) 정인준(JESSY:남양주시 동화고 음악 교사) 차철웅(carion:경기도청 발간[주간 경기]편집부 근무) 박대복(taeback:경기 이천시 신하초등교 교사) 엄태호(TheTank:건국대 토목공학과 석사과정) 이준석(voltaire:서울지방철도청 공익근무요원) *진행:고규홍(sky60:중앙일보 편집국 독자팀 기자) *접속망:하이텔 중앙일보 대화방(go JA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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