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물 오염과 낚시 면허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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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국의 호수와 연못들은 이번 여름에 큰 시련을 겪었다.환경부가 전국의 14군데를 뽑아 오염여부를 조사한 결과 13군데에서부영양화(富營養化)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노를 저어 오오」라고 노래하기에는 너무 나 지저분한 모습이 한국 호수의 실상임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부영양화는 물이 썩는다는 뜻인데 날씨가 더울 때는 녹조(綠藻)현상까지 일어나 물고기가 떼죽음한다.결국 총리의 지시로 환경당국이 「호소(湖沼)수질관리법」제정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우리는 이 법이 조속히 제정돼 호소를 오염시키는 일체 의 행위에 족쇄(足鎖)가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의 호소 오염은 일반 수질오염과 그 원인을 같이 한다.산업폐수.생활하수.축산폐수 등이 흘러들어가 물의 등급을 떨어뜨린다.여기에 낚시꾼의 분별없는 각종 오염행위도 원인중의 하나임이 사실이다.이번 호소수질관리법에서는 낚시면허제 의 도입 등이 추진되고 있어 앞으로 분별없는 낚시행위에 어느정도 제동이 걸릴 것 같다.
낚시는 고상한 취미활동이지만 낚시터를 더럽히고 호수와 냇물을오염시키는 낚시꾼은 그런 취미를 누릴 자격이 없다.마치 등산가서 산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와 같다.그런 등산객은 산에 오르지 말아야 한다.불행히도 우리나라에는 산을 더럽 히는 자칭 등산가,물을 오염시키는 자칭 강태공(姜太公)이 너무 많다.낚시면허제를 도입하면서 이들을 낚시터에서 추방하는 사후대책도 필요하다. 낚시가 끝난뒤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보면 우리나라의낚시문화를 짐작할 수 있다.야영까지 하고 난 뒤의 온갖 쓰레기가 호수둑.물 속에 널브러져 있다.고기를 유혹하는 떡밥은 왜 그렇게 많이 뿌려 물을 썩게 만드나.명상(瞑想)에 좋고 정신통일에 좋다는 취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자연을 학대할 수있는가.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수질오염행위를 규제하는 일반적 대책과 함께 무분별한 낚시에 대한 일정한 제동장치는 불가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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