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여성科技인력 고용할당제를

10월은 「고용평등의 달」이다.정부는 지난해부터 「남녀가 함께 뛰면 세계가 우리마당」이라는 구호와 함께 남녀고용평등 사업을 추진해 세계화추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올해부터 행정고시같은공무원 공개 채용시험에서 10% 이상의 여성할당 제를 실시하는등 가시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오랫동안 여러가지 제약 속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던 여성들에게 사회정의를회복해 준다는 의미도 있고 앞으로 주요 국가시책이 될 삶의 질(質) 향상을 위한 정책에서 여성의 시각이 중요하다는 필요성이인정된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공무원 사회에 못지 않게 「여성인력 고용할당제」 실시가 필요한 분야가 과학기술계라고 생각된다.물론 공개선발을 통한전문인력 채용에서 특정집단에 일정 비율을 할당한다는 것은 자유경쟁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을 펼 수도 있고,미국 에서도 「소수그룹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후퇴하는마당에 무슨 시대착오적 발상이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현재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여성 과학기술인력 고용할당제」가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고,또한 국가 사회의 미래를 위해 도움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 첫번째 이유로는 「형평성」을 들 수 있다.현재 우리나라의상근(常勤)과학기술 연구원을 성별(性別)로 보면 여성이 겨우 5%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미국이나 프랑스의 15%선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여러가지 있 겠으나 취업과정에서의 엄청난 성차별이 큰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다.몇년전 도쿄(東京)대에서 학위를 받은 여성 화학박사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한의대로 다시 입학한 일이 있듯 여성 과학기술자가 직장을얻기는 남자보다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현대의 과학기술이 점점 「소프트」화하므로 여성이 남성보다 연구능력면에서 불리한 점이 별로 없는데도 단지 사회적 편견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있는것이다. 둘째로는 우수한 과학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여성들이 더 많이 과학기술계로 진출하도록 유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점이다.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가위원단이 지적했듯 앞으로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가 충분한 과학기술 인력의 확보다.경제구조가 고(高)부가가치산업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과학기술 전문인력의 수요는 증가되는 반면 젊은 인력들은 이공(理工)계통보다 손쉬운 서비스분야의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기 때문이다.
이미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같은 나라는 과학기술 인력난이 심각해져 정부가 앞장서 외국인 전문인력을 초빙하는 사업을 추진하고있으며 일본도 대학생들의 이공계열 지원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어우수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을 펴 고 있다.주식중개인이나 변호사의 수입이 과학기술자보다 훨씬 높은 미국에선 신규 공학박사학위 취득자의 절반이상이 외국인이며 이들의 이민으로부족한 전문 기술인력을 보충하고 있는 실정이다.우리나라는 사회문화적인 여건이 외국 이민으로 전 문인력 부족을 충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므로 잠재인구가 많은 여성 과학기술인력의 확충만이유일한 방안이다.
세번째 이유로는 교육을 들 수 있다.과학기술 전문직업인중 5%만이 여성이지만 대학교에서는 자연계열 전공학생의 20%이상이여학생이다.이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사표(師表)가 될만한 선배 여류과학자를 알지 못하며,장래 직업에 대한 불안 감 때문에 귀중한 재능을 썩인채 과학자로의 길을 포기하고 있다.대학에서 교수를 채용할 때 연구를 위해 후보의 전공분야를 고려하는 것은 당연하고,학생교육을 위해 후보가 여성임을 고려하는 것은 과연 공정성에 반(反)하는 일일까.
물론 「여성 할당제」라고 해 자격없는 사람을 여성이기 때문에채용하는 것은 안될 일이다.그러나 여성이기 때문에 채용 「안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현재의 무관심과 불공정의 벽은 너무 두꺼워 그들을 깨기 위해선 「고용할당제」같은 충격 요법이 필요하다.당장 대학이나 연구소의 평가에서 여성인력의 비율을 고려하는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인력 양성에는 오랜시간이 걸리므로 오늘날 한시의 지체가 후에 큰 짐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할 일이다.
吳世正 서울대교수.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