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盧비어천가'… 盧대통령 태몽·성장과정 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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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은 노대통령 관련부분(사진上)과 김해시가 제작한 만화의 표지(下).

경남 김해시가 제작한 만화로 된 관광 가이드 북에 노무현 대통령의 태몽과 생가의 풍수지리학적 특성 등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으로 묘사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김해시는 지난 3월 A4 용지 크기 106쪽 분량으로 김해시 문화유적지를 소개하는 가이드북 '잃어버린 왕국, 가락국의 타임캡슐을 찾아서' 5000부를 출간했다.

이 책은 김해 지역의 주요 문화유적지를 탐방하는 형식으로 꾸며졌다. 비현실적인 묘사로 지적되는 부분은 노무현 대통령 태몽과 생가의 풍수지리 등을 소개하는 97~101쪽.

盧대통령 태몽을 소개하는 쪽에는 "어머니가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 할아버지가 나타나 '이 고삐를 줄 테니 말뚝에 매여 있는 저 백말을 타고 가라'는 말을 한 뒤 어마어마하게 큰 말이 우렁차게 발굽을 내딛는 소리에 어머니가 깜짝 놀라 꿈을 깼다"고 되어 있다. 나중에 꿈 얘길 들은 아버지는 "그 녀석 이담에 큰 인물이 되겠구만"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그렸다. 생가(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부분에서는 생가를 방문한 여러 명의 감여가(堪輿家.풍수지리가)들이 각각 "좌청룡 우백호라""봉화산 중심 반경 4㎞ 안의 '봉화산 정기'가 보여" "이 생가가 혈(정기가 모이는 곳) 자리야"라고 말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성장과정에 대해서도 盧대통령을 천재로 치켜세웠다. 盧대통령이 여섯살 때 천자문을 다 외웠다며 "자존심 강하고 배짱이 두둑한 노천재라니까"라고 말하는 시골 아주머니를 그려놓았다.

가이드북 발간에 참여했던 김해시 관계자는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왕과 盧대통령 등 '두 명의 왕'을 배출한 지역임을 부각하기 위해 盧대통령 부분을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가이드 북 제작에는 예산 6000만원이 들어갔다. 시는 이 가운데 4000부를 김해지역 초.중.고교와 경남도내 도서관 및 지방자치단체, 중앙부처 등에 배포하고 나머지 1000부는 보관 중이다.

김해=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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