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복기의 머니 콘서트]하락장에 베팅한다고요?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3호 26면

최근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공공의 적’취급을 당하는 게 있다. 바로 ‘공매도’다. 물론 최근 급락장에서 공매도 전략을 사용한 투자자라면 아마도 대박의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주가 하락으로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증시가 추락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정부기관이 공매도 단속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 공매도 규제 방안이 발표됐다.

그런데 증시에서 공매도와 비슷한 투자법으로 대차거래, 대주거래가 있다. 제도상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서 투자한다는 개념이 비슷하다. 이 중 개인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대주거래다. 대주거래란 증권사들이 주식을 개인들에게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거래다. 개인들은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다시 주식을 사서 증권사에 되갚는다. 개인의 대주는 정부가 1986년 이후 사실상 금지해 오다 올 들어 재개되면서 거래가 늘었다. 그러나 정부가 증시 불안의 주범 중 하나로 공매도를 지목하고 관련 거래를 이달 초부터 연말까지 금지하기로 하면서 증권사들도 신용대주 서비스와 개인 간 대차거래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일부에선 탄력적인 규제가 아쉽다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대주거래는 알고 보면 신용거래의 일종이다. 일반 신용거래는 증권사에서 현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이고, 대주는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다음에 나중에 주식을 매수해 상환한다. 신용거래는 주가가 올라가면, 대주거래는 주가가 내려가면 투자수익이 커진다.

그런데 반대의 경우엔 어떨까. ‘깡통계좌’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투자손실이 너무 커져 계좌 잔고가 제로일 때를 말하다. 심지어 마이너스 잔고까지 발생해 돈을 더 넣어야 할 때도 생긴다. 얼마 전 주가가 급락하자 신용거래 투자자들이 깡통계좌를 차는 사례가 속출했다. 신용비율이 높은 주식은 계좌의 담보비율이 낮아지면서 강제로 주식이 팔리는 반대매매가 계속되면서 주가 하락을 부추기기도 했다.

대주거래도 마찬가지다. 투자위험이 가장 높은 투자처 중 하나가 바로 주식이다. 그런데도 현금이나 주식을 빌려 더 높은 위험을 안고 투자하는 것은 ‘폭탄 돌리기’ 게임에 동참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최근처럼 주가가 폭락할 때 하락장에 베팅을 하고 싶다고 해도 대주거래 같은 투자행태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곤란하다. 요즘 같은 ‘위기의 시대’엔 잠시 쉬면서 장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으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