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편집·인터넷 내 맘대로 … PC 뺨치는 똑똑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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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호 28면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똑똑한(smart)’ 휴대전화다. PC처럼 독자적인 운영체제(OS)를 탑재하고 e-메일·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문서 편집 등 PC에서 하는 여러 작업도 가능하다. 유선 인터넷에 버금갈 정도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무선 인터넷 전용 웹사이트는 물론 유선 인터넷 사이트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풀 브라우징’ 기능 덕분이다.

스마트폰 나도 한번 써볼까

스마트폰이 아니어도 SK텔레콤의 ‘NATE’나 KTF의 ‘매직엔’ 서비스를 이용하면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들은 여러 차례 버튼을 눌러야 하고 일반 유선 인터넷 사이트에는 접속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다. 게다가 NATE 같은 무선 인터넷 환경을 만들려면 휴대전화의 성능과 화면 크기에 맞게 정보량을 단순화해 별도의 무선용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서 2000년 초반 처음 선보인 스마트폰은 단말기가 너무 두껍고 이용하기 불편해 시장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다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와 애플의 아이폰이 히트를 치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이 커졌다. 2002년 출시된 블랙베리는 휴대전화로도 e-메일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세계에서 인기를 얻었다. 단말기 두께를 슬림화한 데다 일반 전화기 자판 대신 PC 자판(QWERTY)을 선택해 PC에 익숙한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인 게 주효했다.
 
스마트폰 꽃 피운 아이폰
특히 2007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은 파격적인 디자인과 쉬운 사용법을 무기로 스마트폰 고객을 샐러리맨에서 일반 소비자까지 확대시켰다. 손가락 두 개 이상을 이용해 단말기 화면을 눌러서 콘텐트를 이용하는 멀티터치 기술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소비자가 보다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의 사용자환경(UI)을 혁신한 게 소비자를 사로잡은 것이다.

비즈니스 모델도 남달랐다. ‘앱스토어’가 대표적인 예다. 앱스토어는 아이폰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개발자들에게 공개해 개발자들이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온라인에서 일반인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수익은 7대3으로 개발자와 애플이 나눈다. 앱스토어는 출범 2개월 만에 음악·게임 등 1억 건이 넘는 응용 프로그램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그래픽 참조>

“스마트폰이 미래의 트렌드라고요? 그런 전망은 이미 10년 전에 나왔어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국내 이동통신사 관계자의 촌평이다. 실제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지지부진하다. 이동통신 3사 중 스마트폰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SK텔레콤의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지난달 말 기준 5만4000명에 불과하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 사용 환경의 차이다. 해외는 유선 인터넷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에 휴대전화로 e-메일 등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많다. 반면 국내에선 어디서나 PC나 노트북을 이용해 e-메일을 확인할 수 있다. 동네 구석구석 PC방이 자리잡아서다. 또 사용이 일반화된 휴대전화의 문자메시지가 상당 부분 e-메일 수요를 대신하고 있기도 하다.

이동통신 업체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스마트폰이 자칫하면 기존 사업의 수익성 저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무선랜을 이용하면 인터넷을 무료로 쓸 수 있는 데다 이동통신사가 제공하지 않는 응용 프로그램을 자주 사용하면 기존 콘텐트 서비스의 수익성을 끌어내릴 수 있다. 이론적으로 인터넷전화(VoIP) 프로그램까지 설치하면 통화도 무료로 할 수 있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중심의 2세대(2G) 통신 환경에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위피(WIPI)’ 탑재를 국내 시판 휴대전화에 의무화하고 있는 제도도 걸림돌이다. 한국에서만 시행 중인 이 제도 때문에 블랙베리나 아이폰 같은 글로벌 히트 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파는 게 불가능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도 시장 활짝 열릴까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구글폰이 출시된 뒤 ‘구글폰과 스마트폰 기대감을 낮춰야 할 때’라는 제목의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다. 구글폰의 경우 디자인이 실망스럽고 UI와 콘텐트도 기대 이하라며 스마트폰 수요 전망치까지 내려 잡는 내용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구글폰이 애플처럼 매니어 계층을 확보하고 있지 않아 초기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은 작지만 점진적으로 시장에 파고들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으로 진단했다. 아이폰과 달리 키패드와 터치 스크린을 동시에 적용해 풀 브라우징을 위한 입력 기능을 강조한 점도 호평받았다. 스마트폰이 웹 환경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는 촉매 역할을 구글폰이 할 것이란 얘기다.

시장이 커지려면 무엇보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용 프로그램이 더 늘어나야 한다. 기술 매니어층이나 기업용 시장을 넘어 일반 소비자를 잡으려면 게임 등 매력 있는 응용 프로그램이 더 많아야 한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스마트폰 업체들이 자사의 운영체제를 공짜로 제공해 개발자들이 응용 프로그램을 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서브노트북이나 울트라모바일 PC(UMPC) 시장의 향방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과 수요층이 일부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가 간편한 서브노트북이나 UMPC는 충분히 ‘세컨드 PC’ 노릇을 할 수 있는 반면 스마트폰은 여러모로 PC처럼 쓰기엔 아직 불편하다. 일반 휴대전화의 고급형 제품과도 경쟁해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인터넷이나 e-메일을 쓸 수 있는 휴대전화가 이미 시장에 나와 있다.

하지만 국내 시장도 결국 세계적인 추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올해 1억7000만 대에서 2010년 4억2000만 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전체 휴대전화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8년 12.9%에서 2010년 27.1%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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