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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 날아간 전단 10만 장 … 남북관계 새 뇌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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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인권운동가 수전 숄티와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북한 노동당 창당 기념일인 10일 인천 서해상에서 ‘사랑하는 북녘의 동포에게’라는 제목의 전단을 풍선에 담아 북한으로 날리고 있다. [인천=뉴시스]

전단 속에 간간이 섞여 있는 미화 1달러와 중국 돈 10위안짜리 지폐. [인천=뉴시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얼굴 없는 통치’가 계속되고 있지만 북한의 남쪽을 향한 경고 메시지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날 정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북한 인권 개선 활동으로 서울평화상을 받은 수전 숄티 디펜스포럼 회장이 서해에서 10만 장의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대남 경고는 북한 군부가 주도하고 있다. 북한 군부는 지난 2일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강력 비난한 뒤 “이런 행위가 계속되면 개성공단·개성관광에 엄중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7일 서해에서 미사일을 쏜 데 이어 9일엔 북한 해군사령부가 남측 함정이 북한 영해를 침범하고 있다며 “위기일발의 사태가 조성됐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김 위원장이 정상적으로 모습을 보여 주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향후 북한은 남북 관계에서 강성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선 북한이 내부 단속과 체제 결집 차원에서 남한의 ‘적대 행위’를 계속 부각하며 긴장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미국이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에 나서도 당장은 남북 관계에 긍정적 효과를 주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10·4 선언의 즉각 이행을 요구해 온 북한이 한발 물러서며 대화 기조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으로선 김 위원장의 ‘비정상’ 상황과 맞물려 북한 주민들을 동요시키는 극도로 민감한 현안이다. 자유북한운동연합과 숄티 회장은 이날 인천시 대무의도 남서쪽 해상에서 김 위원장의 선군 정치와 독재를 비난하는 전단을 풍선에 실어 북으로 날려 보냈다.

전단에는 "모두가 떨쳐 나서 김정일의 반인민적 세습 군사독재를 타도하고 북조선 인민을 해방시키자”는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북한 선교 단체인 기독북한인연합은 이날 전단 살포를 보류했지만, 또 다른 탈북자 단체인 탈북인단체총연합은 11일 전단 살포를 강행할 예정이다.

대북 전문가들은 “개성공단·개성관광은 북한의 마지막 달러 박스인 만큼 전면 중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극단적인 상황이 쉽게 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북한의 대응 여하에 따라선 남북 관계의 긴장 수위가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어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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