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송이버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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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꿩고기와 함께 국을 끓이거나 꼬챙이에 꿰어 유장(油醬)을 발라 반숙에 이르도록 구워 먹으면 채중선품(菜中仙品)이다.』 농가에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다룬 조선조 후기의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는 송이버섯의 맛을 온갖 야채류중 으뜸으로 꼽는다.송이는 대체로 소나무 뿌리에서 발생해 원줄기를 둘러싸서바퀴처럼 성장하기 때문에 소나무 향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독특한맛을 낸다.김시습(金時習)은 그의 시(詩)에서 송이의 맛을 이렇게 찬탄한다.『고운 몸은 아직도 송화향기 띠고 있네/희고 짜게 볶아내니 빛과 맛도 아름다워/먹자마자 이빨이 시원한 것 깨닫겠네/말려서 다래끼에 담갔다가 /가을되면 노구솥에 푹푹 쪄서맛보리라.』 보통 적송(赤松)이 송이의 서식조건에 가장 알맞아한국.중국.일본을 비롯해 태국.이탈리아 등지의 적송숲에는 송이가 많이 자라지만 한국.일본 외에는 식용으로 쓰는게 일반화돼 있지 않다.한국산에 비하면 맛이나 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 일것이다. 송이는 식용.약용으로 쓰이는 외에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도 한몫을 담당한다.송이를 비롯한 균근성(菌根性) 버섯들은 고등식물에 인(燐).질소 등을 공급해 주는가 하면 각종 병원균의 침입을 막아주기도 한다.대신 고등식물로부터 탄수화물. 수분등을 공급받고 부적당한 환경으로부터 보호 받기도 하니 서로가 공생관계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송이는 동해안에서 태백산맥.소백산맥에 이르는 적송숲에 특히 많으며,그 맛과 품질도 뛰어나다는 평이다.일본에서도수종(樹種)이 비슷한 적송숲이 있어 송이가 생산되기는 하지만 양으로나 품질로나 우리 것에 훨씬 못미쳐 한국산 송이는 일본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한데 무장공비 소탕작전중 송이를 채취하던 주민이 아군의 오인사격으로 피격, 사망하면서 채취량이 크게 줄고 일부 대형백화점은 그 값을 크게 올려받아 무장공비사건은 송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지난 봄의 고성 산불로 채취지역이 줄 고,영동지방가뭄으로 작황도 나쁜 터에 엎친데 덮친 격이니 고소득을 올리던일대 주민들의 가계도 타격받을 것이 분명하다.그렇지 않아도 서민들은 구경하기 어려웠는데 이래저래 송이는 「그림의 떡」이 돼가는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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