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공백깨고 야심찬 무대 여성국극 "호동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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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세계수준의 한국뮤지컬을 우리가 만들어 내겠다.』 해방이후 공연예술계를 풍미했던 여성국극이 오랜 공백을 딛고 야심찬 포부와 함께 새롭게 태어난다.지난 4월 창단된 「김경수 여성국극예술단」은 26일 출연진 1백여명,제작비 5억여원이란 여성국극 사상 최대 규모의 공연이 될 『호동왕자 』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이어 국내 4개도시와 미국.일본.캐나다.독일.프랑스.영국.호주등 세계 각국 순회공연에 나설 예정이다.
여성국극은 30년대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여성들만이 창극단체를 결성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남도소리를 가락으로 깔고 현대적무용을 가미한뒤 사설조의 대사로 이뤄지는 여성국극은 춤과 노래와 연희가 가미된 새로운 대중예술로 50년대를 풍미했던 장르.
60년대 TV 등장과 각종 영상매체등에 밀려 그간 거의 몰락의 위기에까지 몰려왔다.90년대 들어 우리문화의 세계화와 전통극의 재발견이 문화계의 이슈로 등장하면서 1년에 한번꼴로 공연을 올리며 명맥을 유지해 왔다.
『호동왕자』는 호동왕자의 비극적 일생과 낙랑공주와의 사랑등 신화적.종교적 모티브를 갖춘 작품으로 우리 고전중엔 거의 유일한 본격 비극물이다.「여성국극의 세계화」를 위해 보편적이며 극적인 동기를 갖춘 소재를 선택했다는게 제작진의 ■ 이다.
국립창극단의 상임연출가 심회만씨가 대본을 쓰고 인간문화재 정철호씨가 성악지도를 맡았으며 안무는 국립무용단장 국수호씨가 하고 총연출에는 창작뮤지컬만을 고집해온 극단 맥토 대표 이종훈씨가 참여했다.여성국극의 산파로 불리는 고(故)임춘 앵 문하로 여성국극을 지켜온 김경수씨가 호동왕자역을 맡아 열연하며 탤런트김을동이 특별출연한다.
국극공연에만 네번째 참여하는 연출자 이종훈씨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란 말은 공연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며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한국적 스펙터클 무대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양한 소품과 화려한 율동을 적극 활용해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고 첨단영상을 동원,다양한 볼거리와 박진감 넘치는 무대로 꾸며질 것이란게 연출자의 말이다.
김경수 여성국극 예술단장은 『중국의 경극,일본의 가부키에 버금가는 이름으로 한국 여성국극의 명성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29일까지 오후3,7시(29일은 7시공연 없음).(02)518-0111.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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