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 뚫린 방어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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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번 무장공비침투사건을 보면 우리의 해안경비와 대응태세에 큰구멍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게 됐다.도대체 우리 해안 코밑에까지 잠수함이 들어오고 20명이 헤엄쳐 내륙에 침투하도록 우리군이 모르고 있었으니 어떻게 국민이 안심할 수 있 겠는가.이번 기회에 문제점을 철저히 점검하고 바닥에서부터 방어.감시.대응체제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
생포된 이광수에 따르면 북한 잠수함은 16일 원산을 출발,남하하다가 17일 오후부터 고장으로 표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잠수함은 그때 이미 우리 영해에 들어왔고 택시운전기사가 18일 새벽 발견할 때까지 우리 앞바다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그러나 그때까지 우리의 레이더나 음파탐지기는 무력했고 초소도 제구실을 못했다.가정(假定)이지만 만일 북한 잠수함이 고장을 일으키거나 좌초하지 않았더라면 공비들은 감쪽같이 침투하고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을게 아닌가.
과거 그런 방식으로 몇차례나 북한 잠수함이 몰래 숨어들었다가되돌아갔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뒤늦게 발견한 후의 보고-작전대응도 늑장의 연속이었다.첫보고후 「진돗개 하나」의 발령(發令)이 있기까지 3시간이 걸렸고 주민들에 대한 통보는 3시간40분이 지난 후에야 이뤄졌다.
더욱 한심한 것은 눈앞에 좌초된 잠수함을 보고서도 그 실체를제대로 파악조차 못한 사실이다.처음엔 70급「잠수정」이며 추정인원도 10여명이라고 했다가 6시간후에야 3백급「잠수함」으로 정정하고 생포공비의 말을 듣고서야 공비수도 20 명이라고 발표했다. 이처럼 첨단장비-초소의 무력,보고-작전체제의 비능률,북한장비에 대한 무지(無知)등 우리의 대응태세는 허점투성이였다.
이런 허술하고 무력한 방어.감시망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철저한 인적(人的).물적(物的)개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첫째,우리의 방어태세를 이토록 허술한 상태로 방치한 책임소재를 규명해 책임을 묻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둘째,군의 보고에서부터 작전에 이르는 연락-대응시스템의 재점검과 개선조치가 나와야 할 것이다.셋째,레이더 등 우리가 보유하고 있 는 각종 장비의 유효성을 재점검하고 해안감시시스템의 개선방안도 강구해야겠다. 이런 종합적인 반성과 개선방안강구로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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