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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학원폭력 '일진회'멤버 중학생 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중학교 2학년(94년)에 올라오면서 「무시당하지 않고 멋있게 보이려고」 주먹서클인 일진회에 들어갔지요.그때부터 애들을 때리고 돈도 많이 빼앗자 모두들 나를 무서워했어요.잘 나간다는소문이 퍼지니까 여자애들한테서도 자주 연락이 왔 고….너무 재미있고 신이 나 더 많이 놀고싶어 6월에는 자퇴서를 내버렸지요.』 서울H중학교 3년에 재학중인 李정수(15.가명)군.한살 때 어머니가 가출하고 어머니를 찾는다며 아버지마저 집을 나가 고모집에서 살고 있는 李군은 KBS 주최,내무부.교육부.문화체육부 후원인 제1회 청소년 사랑만들기 대축제에서 학원 폭력수기부문 금상 수상자다.
자퇴했던 탓에 지금은 한살아래 후배들과 고교진학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지만 지난해까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학원폭력조직 「일진회」멤버였다.자퇴후 비로소 교복의 고마움을 알게 된 李군은 이듬해 3월 복학하고 몇번이나 조직에서 발을 빼려 했지만 그때마다 선배들로부터 매타작당하기 일쑤였다.이 때문에 본드 흡입등 오히려 더 깊이 빠져버렸다.
『학생들에게 돈을 빼앗아 그 돈으로 본드를 불었어요.본드 부는 시간만은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어요.밥은 안 먹어도 본드는불었으니까요.』 후회를 거듭하던 일진회원들은 마침내 지난해 9월17일 동료인 S군의 전학을 계기로 본드를 끊기로 맹세하고 그동안 자신들을 괴롭혀온 일진회 리더인 H군을 불러내 집단폭행으로 분풀이를 한다.
밤11시쯤 이태원시장 공터에서 일방적으로 맞고 있던 H군은 어디에서 구했는지 흉기로 S군을 찔러 숨지게하고 말았다.
『H는 본드를 분 상태였어요.친한 친구를 그렇게 잃을 줄 정말 몰랐어요.이름을 부르면 대답할 것 같았는데….』 그 일로 H군은 징역8년형을 받게 됐고 李군등은 학교에서 무기정학 당했다. 지금 李군은 같은 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오히려李군이 자신을 꺼리는 친구들을 이해하기도 한다.
『공부 잘하는 아이만 감싸면 우리같은 아이들은 이유도 없이 단순히 관심을 끌고 싶어 나쁜 짓에 손을 댑니다.학교든 가정이든 아이들에게 좀 더 사랑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면 인생을 망치는 친구들이 없어질 거예요.』 초등학교때 깨끗하게 청소하는 것이 좋아 환경미화원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탤런트로 진로를 수정,방과 후에는 거울 앞에서 표정연습도 열심히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주먹을 휘두르고 본드를 부는 친구들이 있다면… 이젠,그만두세요.당장은 멋있게 보일지 모르지만 반드시 후회하게 됩니다.그땐 나도 그랬었지만….』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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