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교육청과 서울대 영재교육원에서 영재 교육을 받고 있는 전민규군(左)과 김지연양. [김현동 기자]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 김양은 지난해 서울대 부설 영재교육원에 합격해 3월부터 중등 과학 기초반에 다니고 있다. 3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매주 토요일 3시간씩, 학교 수업이 없는 날에는 6시간씩 대학 연구실에서 수업을 받는다. 강의는 대학 교수들이 맡는다. 영재교육원 수업은 실험 위주로 진행된다. 김양은 “‘생식과 발생’ 시간에 닭의 난소를 해부한 후 관찰한 실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학교마다 출제 방식과 유형이 다르다. 보통 서류전형을 거쳐 필기시험·구술면접을 치른다. 김양은 “빨대와 색소 등 준비물을 제시한 후 원리를 설명하며 온도계를 설계하라는 문제가 나왔다”며 “단기간 학습이나 암기식 공부로 풀 수 없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문제”라고 소개했다.
김양이 창의성을 기른 방법은 독특하다. 한 가지 주제를 정한 후 큰 도화지에 대제목과 소제목을 적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종이에 적었다고 한다. 김양은 “종이에 적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강의하듯 나 자신에게 설명했다”며 “질문을 받은 것처럼 “왜?”라고 스스로 반복해 물었다”고 말했다.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공부 내용을 내 것으로 소화할 수 있고, 창의력이 길러진다”는 게 김양의 설명이다.
시험에서 김양은 ‘둥근 쇠구의 표면 넓이를 구하라’ ‘아인슈타인의 3대 이론에 대해 써라’ 등의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김양은 “일반 과학지식은 과학사 관련 책을, 최신 과학 정보는 신문을 읽으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을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교육청 부설 영재교육원 전군은 매주 수요일 방과 후 3시간씩 동작교육청 영재교육원에서 수업을 받는다. 교육청 영재교육원은 전국이 같은 방식으로 전형을 치른다. 영재성 검사와 학문적성 검사는 한국교육개발원이 개발한 문제를 전국 시·도교육청이 공통으로 사용한다. 서류전형 시 교사 추천제를 도입했다. 2차 영재성검사는 지난해부터 실시했다. 학생들의 논리적 사고력을 검사하는 시험으로, 과학·수학 전문지식 대신 언어 영역 문제가 나온다.
전군은 “‘냉장고 문을 손 대지 않고 여는 20가지 방법’을 묻는 문제가 기억에 남는다”며 ＂‘냉장고에 자석을 붙이고 한쪽 끝에 줄을 달아 잡아 당긴다’고 쓴 것이 창의성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고 말했다.
3차 학문적성 검사는 과목별 지필고사로 치른다. 학년 구분 없이 초·중등 통합 과정으로 선발하는 대학과 달리 교육청 영재교육원은 해당 학년에서 심화 문제가 출제된다. 전군은 “교과서 개념을 충분히 이해한 후 심화문제를 풀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4차 심층면접에서 전군이 받은 질문은 ‘중요한 시험과 영재교육원 수업이 겹쳤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전군은 “시험 중요도에 따라 다르게 결정한다”며 “1년 동안 준비한 시험이면 영재교육원 수업을 포기할 것”이라고 답했다. 2차 영재성 검사 30%, 3차 학문적성 검사 60%, 인성면접 10%를 합산해 최종 선발한다.
전군은 수학·과학책을 읽은 후 일기를 썼다고 한다. “복습도 되고 수학 풀이 과정이나 과학 실험을 머릿속에 재연해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컨대 뉴턴의 운동법칙에 대한 책을 읽은 후 이론과 실험 과정, 새롭게 알게 된 것, 응용 내용 등을 과학일기에 썼다. 전군은 “영재교육원에선 답만 잘 맞히기보다 풀이 과정을 잘 설명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같은 공부방법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정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