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한국은 OECD準회원이 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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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현재 한국을 정식회원으로 가입시킬지 여부를 놓고 거북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한국으로 하여금 확실한 금융개방화 일정을 내놓도록 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OECD는 정치적 이유로 인해 한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한 듯하다.
이같은 방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OECD가 아시아.태평양권으로의 회원국 확대를 추진하는 한 한국처럼 중요한신흥경제개발국을 제외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입허용 결정은 보다 신중히 다뤄질 필요가 있다.
한국은 기존 OECD 멤버인 멕시코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으며 이러한 측면에서만 보면 더욱 발전한 나라다.
그러나 외자도입과 같은 핵심적 경제분야에 있어선 멕시코보다 훨씬 덜 개방돼있다.5년내로 자본시장을 완전 자유화하겠다는게 한국 정부의 약속이긴 하나 거시경제적 상황에서 보면 그 실행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 점에서는 기존 회원국들조차 미흡한 상태여서 한국에만 완벽한 금융개방화를 실현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자칫 인색해보일 수 있다.
극히 최근까지 많은 선진국들도 자본시장을 규제해왔기 때문인 것이다.실제로 한 OECD 고위 관계자는 『룩셈부르크 한 나라만이 금융시장 개방화의 모든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실토한 바 있다.
그러나 개방화라는 것은 꾸준히 지속되는 과정이다.따라서 회원국들 서로가 상호 압력을 가해야만 OECD는 이같은 금융개방화추세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로 부각되긴 했으나 어느 선에서 특정 국가를 가입시킬지 그 기준을 정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중요한 점은 해당 국가의 금융개방 노력을 신뢰할 수 있느냐를 따지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이 이 단계에 도달했는지는 확실치 않다.물론 개혁자체가 연속적인 것일 수 있다.그럼에도 이러한 추세를 담보하는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가입 요청을 거절할 경우 이 나라의 금융개방을 지원해왔던 그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금융개방화압력을 지속시키는 보다 나은 묘책은 한국에 일종의 준회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다.이같은 방법은 이미 수년전 미국에 의해 제안됐으나 당시 이를 지지하는 회원국이 적었다.
이같은 방안이 실현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이미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된 국가들중에서도 준회원 범주에 들어가야 할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그러나 정식 회원국으로조속히 승격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많은 국가가 금융개방화에 더욱 매진할게 분명하다.
이것이 현재 OECD의 고민을 슬기롭게 풀어나갈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래야만 정치적 편의주의로 인해 중대한 원칙을 희생하는 우를 막을 수 있다.
[정리=남정호 런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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