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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신승훈 = 발라드’ 공식 깨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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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그에게는 늘 ‘발라드의 황제’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가수 신승훈(40·사진)이다.

그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서정성, 세련되고 애절한 멜로디로 90년대 이후 국내 발라드의 문법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발라드라는 울타리에만 가둬둘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사랑’ ‘그 후로 오랫동안’ 등 발라드곡이 크게 히트하면서 ‘신승훈=발라드’라는 공식이 각인됐지만, 그의 앨범에는 록·디스코·라틴·탱고·빅밴드 등의 음악이 존재했다. 발라드의 ‘위력’에 눌려 있었을 뿐이다.

그런 그가 발라드 탈피를 선언했다. 신승훈의 다른 음악 세계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세 가지 색깔의 다른 음악을 선보인다는 의미에서 프로젝트 앨범을 택했다. 앨범의 타이틀은 ‘언익스펙티드 트위스트(UNEXPECTED TWIST)’.

그 첫번째 작품인 ‘라디오 웨이브’가 7일 발매됐다.

“발라드 하면 신승훈이라는 답이 나올 수 있도록 내 색깔의 발라드를 고집해 왔던 게 사실이에요. ‘발라드 황제’라는 족쇄를 끊어버리기 위해 ‘나’를 뒤흔들어 놓은 앨범이 이번 작품이죠. 프로젝트 앨범을 마치고 나면 진정한 내 스타일을 찾을 것 같아요. ‘제2의 신승훈’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죠. 발라드를 하더라도 예전 발라드보다는 더 발전된 스타일이 될 겁니다.”

그는 “보여주는 음악이 판치는 세상에서 아날로그 감성의 들려주는 음악을 하고 싶어서 ‘라디오 웨이브’라는 타이틀을 붙였다”고 말했다. 그가 펼쳐 놓을 세 가지 음악 보따리 중 첫 번째는 모던록이다.

“‘비상’이란 노래에서 모던록을 했는데, 발라드에 묻혀 버렸죠. 요즘 재즈바에서 즐겨듣는 노래도 제이슨 므라즈, 존 메이어의 곡이에요. 그래서 첫 번째 앨범은 모던록 성향으로 가자고 결정했죠.”

인트로 ‘디퍼런트 웨이브’는 달라진 신승훈의 음악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트랙. 펑키한 록 리듬 위에 신승훈이 직접 기타를 쳤다. 미디엄 템포의 모던록 곡 ‘헤이’는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신승훈 창법의 변화가 돋보인다. 타이틀곡 ‘라디오를 켜봐요’는 발라드 감성과 록적인 감성이 잘 조화된 노래로, 리버브(잔향) 없는 신승훈의 보컬을 맛볼 수 있다.


‘나비 효과’는 시인 원태연이 노랫말을 붙인 발라드곡. 신승훈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더욱 애잔하게 들리는, 완성도 높은 곡이다.

“예전 노래가 상대방에게 ‘왜 그랬느냐’고 애원하는 가사였다면, 이번 앨범의 노래들은 ‘그래, 나 때문이었을지도 몰라’ 라고 독백하듯 읊조리죠. 한마디로 자아 성찰입니다. 듣는 이를 울리기 위해 내가 꼭 울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후렴구에서 감정선이 폭발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성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아이 두(I Do)’는 신승훈이 작사한 유일한 곡으로, 잘 만들어진 팝송을 듣는 느낌이다. ‘너를 안는다’는 브릿록(영국록) 감성에 피아노 사운드를 접목시킨 곡이다.

신승훈의 변화는 지난해 일본에서 발매한 미니 앨범의 곡 ‘송 포 유(Song for you)’에서 예고됐다. 그가 일본 디즈니랜드 테마파크에서 불꽃놀이를 보다가 10분 만에 만든 곡으로, 감정선이 깃털처럼 자유로웠다.

“중요한 것은 코드의 변화가 아니라 감정선의 변화예요. 무거운 애틋함이 일탈과 여행을 꿈꾸는 기분으로 바뀐 겁니다. 이번 앨범은 변화인 동시에 회귀이기도 합니다. 기타 치며 노래하던 감성을 찾은 거랄까요. 언제부터인가 기타를 안 잡고, 건반 앞에서만 작업했는데, 이번에는 기타와 건반을 함께 사용했습니다. 황제라는 말보다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인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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