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미술관 ⑥ 양주 장흥 ‘문화·예술 특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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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아트파크를 찾은 관람객들이 야외조각전시장에 전시된 프랑스 근대 조각가 브루델의 작품 ‘폴란드 서사시’를 감상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5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일영리 장흥관광지에 있는 장흥아트파크. 입구로 들어서자 잔디밭 위에 세워진 어른 키 두 배 정도의 청동조각상이 관람객을 맞는다. 근대 조각의 거장 부르델(1861∼1929·프랑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폴란드 서사시’라는 작품이다. 1917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정의의 검을 들고 폴란드 독립을 갈구하는 강인한 모습의 천사를 표현하고 있다.

장흥아트파크 배수철 대표는 “장흥아트파크가 세계적인 조각공원의 이미지를 얻기 위해선 국내외 유명 작품의 전시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지인들과 힘을 합쳐 어렵사리 유치했다”고 말했다. 이 야외 조각전시장에는 이 작품 외에도 조지 시걸, 임옥상, 강대철, 문신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작품 5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쇠락한 미술관의 ‘부활’=80년대 장흥유원지는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명소였다. 장흥의 이름을 높여 준 것은 84년 문을 연 국내 최초의 개인 미술관인 토탈미술관이었다. 미술관 주변에는 고풍스러운 찻집·주점 20여 개가 편안한 휴식을 제공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 장흥 일대는 러브호텔, 유흥주점, 카페,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향락 지역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토탈미술관도 점점 쇠퇴 해갔다. 이 소식을 접한 미술계가 나섰다. 가나아트를 중심으로 30여 개 민간화랑이 200억원을 투자해 토탈미술관과 주변 지역 4만㎡를 장흥아트파크로 리모델링하기로 한 것. 한국을 대표할 만한 복합문화단지를 만든다는 포부였다. ‘예술도시’를 표방한 양주시도 이들과 업무 협약을 맺고 각종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화랑업계와 양주시·기업 등이 힘을 합쳐 조성된 장흥아트파크는 2006년 5월 문을 열었다. 토탈미술관의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했지만 면적은 배 이상 확보해 전시장 3개 동과 식당을 새로 지었다. 야외 조각공원 주변으로 6개의 전시장과 지하 1층·지상 2층·연면적 1400㎡ 규모의 미술관, 어린이 체험관이 들어섰다. 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도 마련했다. 새롭게 문을 연 이후 이곳은 주말이면 1000여 명이 찾는 문화 명소가 됐다.

◆러브호텔이 아틀리에로=문화예술촌 조성도 한창이다. 세계적 문화예술촌인 프랑스 파리의 ‘시테 데 자르 앵테르나시오날’, 중국 베이징의 예술특구인 ‘다산쓰798’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가나아트 측은 러브호텔 겸 식당으로 사용되던 주변의 6층 건물 2개를 매입해 예술가들의 작업공간인 아틀리에로 리모델링했다. 현재 국내외 작가 63명이 기업이나 개인 독지가의 후원을 받아 입주해 있다. 가나아트는 근처 건물 한 개를 추가로 매입해 개조 공사를 벌이고 있으며, 양주시도 별도로 1개 건물을 매입해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양주시는 최근 지식경제부로부터 장흥아트파크를 포함한 장흥면 석현·일영리 일대 50만9229㎡를 ‘문화예술체험특구’로 지정받았다.

특화사업에는 모두 374억원이 투입된다. 이 일대는 조각공원·청암민속박물관·자생식물원 등을 갖추고 있다. 또 98년까지 야외 수영장과 놀이시설로 운영하다 문을 닫은 옛 ‘양주랜드’ 자리 6331㎡에는 올 2월 ‘장흥 조각 아틀리에’를 조성했다. 시는 2010년 3월까지 장흥면 석현리 6891㎡에 천경자시립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임충빈 양주시장은 “장흥관광지 일대를 전통과 현대문화가 공존하는 ‘문화신도시-아트도시’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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