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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폭력 막을 ‘최진실 법’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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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욕설과 비방, 악성 루머가 난무하는 인터넷 문화를 시급히 뜯어고쳐야 한다. 톱스타 최진실씨의 자살은 그 시급성을 다시 확인해주고 있다. 이혼 후 우울증에 빠진 최씨는 최근 자살한 안재환씨와 관련한 악플에 설상가상으로 시달려 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자살 전날 밤 어머니에게 “세상 사람에게 섭섭하다. 사채니 뭐니 나와 상관도 없는데 왜 그러느냐”고 울면서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최씨가 숨진 뒤에도 ‘루머가 사실로 확인될 것이 두려워 자살한 것’이라는 악플까지 나왔으니 생전의 고통을 짐작할 만하다.

근래 악플의 피해 사례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해 1, 2월 잇따라 자살한 가수 유니와 탤런트 정다빈씨는 악플에 시달린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다이어트 성공사례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여고생도 마찬가지다. 그는 인기그룹 멤버와 찍은 사진 때문에 그룹 열성 팬들로부터 무차별적인 모욕과 비방을 받자 자살을 택했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는 3536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77.1%에 달하며, 초고속인터넷 가입률은 전 가구의 70%에 해당해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의 대화와 토론문화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 방종의 수준에 이르렀다.

국민들의 불안감이 이를 증거한다. 2006년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전국 청소년· 학부모·교사 456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3.6%가 사이버 폭력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특히 고교생의 경우 이 비율은 84.7%에 이른다.

이런 점에서 방송통신위가 인터넷 본인확인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악플러들이 무책임한 익명의 그늘에 숨을 유혹을 느끼지 않도록 실명 확인의 범위는 앞으로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의 신설도 검토해볼 만하다. 형법상의 모욕죄는 단순히 면전에서 욕하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어 처벌이 미약하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욕설·비방은 대중에게 급격히 퍼지기 쉽다는 특성상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동등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법의 골자다.

지금은 네티즌의 의식이 스스로 개선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골방에서 욕설과 악성 루머를 유포하면서 스스로 영향력 있는 사람인 것처럼 착각하며 사회에 악을 퍼뜨리는 악플러들을 규제하고 차단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이버 폭력을 규제하는 통합적인 법, ‘최진실 법’을 만들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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