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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개국 4084명의 지략 대결 … ‘두뇌올림픽’ 오늘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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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바둑 등 보드게임들이 ‘마인드스포츠’라는 이름으로 사상 처음 한데 모인다. 근육 대신 뇌를 사용하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스포츠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제1회 서울시 학생 체스대회 광경. [대한체스연맹 제공]

마인드스포츠가 시험대에 오른다.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 3일 개막되어 18일까지 장장 2주간 치러지는 제1회 세계마인드스포츠게임(WMSG)이 그 무대다.

큰 근육을 쓰지 않고 뇌를 사용하는 스포츠, 즉 마인드스포츠가 과연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확보해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인가.

바둑·체스·브리지·체커·중국 장기 등 5개 종목의 보드 게임 선수들이 올림픽이 열렸던 바로 그곳 베이징에 집합했다. 143개국에서 온 4084명의 선수들이 흉중에 간직해 온 지모와 수(手)를 뽐내며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스포츠를 선보이게 된다.

문명유원 지혜무계(文明有源 智慧無界). 이번 대회가 내건 슬로건이다. 문명은 근원이 있지만 지혜는 시작도 끝도 없이무한하다는 뜻일까.

한국은 바둑 25명, 브리지 18명, 체스 5명, 중국장기 2명 등 4개 종목에 50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바둑 외의 종목은 참가에 의미를 두는 수준이기에 자연 관심은 바둑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한국은 이번 기회에 바둑 종주국의 자존심을 세계에 과시하려는 개최국 중국에 맞서 세계 최강의 자리를 고수해야 하는 힘든 과제를 안고 있다. 바둑은 53개국에서 594명이 출전했고 남녀 단체전, 남녀 개인전, 오픈 개인전, 혼성 페어전(프로·아마) 등 6개 부문이 치러진다.

▶남자 단체전(각 5명:13~17일)=이 대회 최고 관심 종목이다. 한국은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원성진 9단, 이영구 7단, 김지석 4단, 한상훈 3단 등 6명이 나섰다. 대국은 5명이 하지만 한국의 에이스 이세돌 9단이 예선에는 빠지고 16강전 토너먼트부터 출전할 수 있어 이에 대비한 것이다. 개인전에서 금메달 획득이 가장 유력시되던 이세돌이 단체전으로 방향을 튼 데다 최철한과 원성진이 완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태다.

개최국 중국은 창하오 9단, 딩웨이 9단, 쿵제 7단, 셰허 7단, 박문요 5단, 왕레이 8단(예비)이 나섰다. 마샤오춘 감독의 지휘 아래 합숙 훈련을 하며 필승을 다짐해온 터라 한국과의 일전은 그야말로 박빙의 한판 승부가 될 것 같다. 일본도 야마시타 게이고 9단, 다카오 신지 9단, 고노린 9단, 하네 나오키 9단, 요다 노리모토 9단 등 타이틀 홀더들을 모두 단체전에 배치해 이 한 부문에 총력을 집중했기에 의외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남자 개인전(각 5명:4~8일)=한국은 목진석 9단, 박영훈 9단, 박정상 9단, 강동윤 8단, 백홍석 7단 등 5명이 출전한다(선수들은 랭킹 순으로 선발됐고 대회 기간 중 한국리그의 일정에 맞춰 개인전과 단체전 선수가 결정됐다). 중국은 ‘이창호의 부재’라는 호재 속에서 구리 9단을 개인전에 배치해 단체전과 동시 석권을 노리고 있다. 그 외 왕시 9단, 류싱 7단, 리저 6단, 저우루이양 5단이 나섰다.

▶여자 단체전(각 3명:11~15일)=한국은 권효진 4단, 김혜민 4단, 박지연 2단. 중국은 정옌 2단, 탕이 2단, 왕상윈 초단. 조혜연 8단이 개인 사정으로 빠진 한국이 예상보다 약세고 중국도 신예 위주라 관록있는 일본 팀(아오키 기쿠요 8단 등)의 우승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자 개인전(각 3명:5~9일)=한국은 박지은 9단과 이민진 5단이 우승을 노리고 이슬아 초단이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이 현재로는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혼성 페어전(각 2명:12~17일)=아마와 프로에 하나씩 금메달이 2개나 걸린 종목. 남녀 한 명씩 조를 이뤄 경기한다. 한국은 홍성지 6단-김은선 4단 조와 온소진 4단-이하진 3단 조 두 팀이 나선다. 한국 우승 가능성이 꽤 높지만 중국의 황이중 6단-판웨이징 2단 조가 강적으로 꼽히고 있다. 특기할 만한 점은 대만 팀이다.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대만의 최강자 저우쥔쉰 9단이 단체전과 개인전 모두 포기하고 씨에이민 4단과 조를 이뤄 이 부문의 메달 획득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어 강력한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오픈 개인전(각 2명)=프로와 아마 누구나 출전할 수 있는 종목이다. 한국은 아마 강자 함영우, 이용희 두 명의 선수가 출전해 강적 중국과 우승을 다툰다.

박치문 전문기자



체스는

이번 대회 10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는 체스는 161개 회원국에 팬은 3억~4억 명으로 추산된다. 세계최강국은 러시아다. 세계체스연맹 회장도 옛소련권의 칼미크공화국 대통령인 일룸지누프. 2위는 우크라이나, 3위는 중국, 4위는 미국 순이다. 한국은 161개 회원국 중 129위로 일본(87위)이나 몽골(66위)보다도 뒤져 있다. 한국은 ‘국가랭킹 상위 50위까지’라는 규정에 따라 애당초 참가가 불가능했으나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국이라는 점이 부각되어 남자 단체전 속기와 초속기 2개 부문에 5명의 선수가 와일드카드로 초청됐다. 이기열, 정성훈, 정호진, 황성재, 김 알렉세이 등 6명이다.

브리지는

 이번 대회 가장 많은 선수가 참가하는 브리지는 2인 1조로 경기하는 유럽의 오래된 두뇌 게임이자 사교 게임이다. 세계 170개 회원국이 있고 아시아엔 14개국이 있으나 중국과 일본 중심이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브리지 보급에 힘썼고 미국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파트너이며 이들은 초등학교 브리지 보급에도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지난해 명지대에서 브리지 강좌가 생기면서 이번 처음으로 해외 대회에 출전한다.

오픈팀에 서능욱, 최정진, 장정배, 이복희, 이겸순. 레이디팀에 성경혜, 권수자, 박명기, 황인령, 양성애, 임현. 유스팀에 김문섭, 송민형, 김세한, 고민철, 김정인, 문승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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