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제2의 李仁模'는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북한적십자회가 돌연 비전향 출소자인 김인서(金仁瑞)씨 송환을요구해왔다.金씨는 빨치산 유격대원 출신으로 생포돼 32년간 복역하다 출소한 비전향 장기수였다.여러모로 이인모(李仁模) 노인과 닮았다.말하자면 불굴의 비전향 「전사」이고 중풍을 앓고있어측은한 심정을 불러일으킬 만하다.이런 金씨 송환요구로 북한은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두가지 관점에서 살펴 볼 수 있다.하나는 이인모식 인도주의 선전공세다.93년 李씨를 북송할 때 국내 여론은 찬반으로 갈렸지만 인도적 배려와 남북대화 재개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측면도 있었다.그러나 결과는 대화의 창은 조금도 열리지 않았고오로지 전쟁영웅으로만 높이 추앙하면서 선전 공세에 열을 올렸다.올해엔 李씨를 치료명목으로 뉴욕까지 보내 김정일의 인도적 배려를 세계에 과시하는 연출도 했다.같은 효과를 기대했을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선 한총련사태와 연관지어 살펴볼 수 있다.지난번 李씨 송환요구가 국제앰네스티의 북한 강제수용소 문제제기에 대한 맞불작전이었다고 보면,이번 金씨 송환요구는 한총련에 대한국민적 반감을 인도적 송환요구로 희석시키면서 새로운 분쟁점을 만들려는 의도로 분석할 수 있다.
어떤 입장에서 나왔든 인도적 차원의 송환요구는 허구라고 볼 수밖에 없다.1만5천여명의 국군포로가 대를 이어 북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린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있었고 아직도 동진호 어부와 안승운목사등이 강제 납북된 상태다.적어도 적십자사 를 통해 인도적 송환을 요구한다면 북도 이들 납북자에 대한 인도적 회답을해야 마땅하지 않은가.자신의 비인도적 처사는 감춘 채 남의 인도주의만 강요해선 문제가 풀릴 수 없다.정부도 개인단위의 송환요구는 거부하고 적십자회담을 열어 포 괄적 처리를 하자는 제의를 했다니 올바른 대응이라고 본다.
아직도 식량문제와 수해복구등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북한이 정말 인도주의의 입장에 선다면 선전공세 차원이 아니라 남북적십자대화에 먼저 응하는 것이 순서일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