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상봉' 정례화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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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시작되는 14차 장관급 회담은 탄핵 사태와 4월 총선 이후 첫 남북 간 고위급 접촉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용천역 폭발사고로 대북 지원에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라 식량 제공과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인도적 현안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게 회담 관계자의 전망이다.

◇용천 참사로 대북지원 탄력=40만t의 대북 쌀차관 제공은 봄철을 맞아 심각해진 북한의 식량난을 고려한 조치다.

국정원 추산에 따르면 올해 북한은 639만t의 곡물이 필요하지만 생산량은 425만t에 불과해 210여만t이 부족하다. 예년 수준인 쌀 40만t이 남쪽에서 공급되지 않으면 배급 중단 사태가 벌어진다는 우려다.

북측은 지난 2월 서울 회담 때 쌀 제공을 요청하려 했으나 핵 문제와 남북 관계 진전을 둘러싼 입장차로 분위기가 냉랭해지자 그냥 돌아간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용천 참사와 관련, 긴급구호에 필요한 식량 1만t을 요구했다.

정부는 쌀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세우면서 북한의 태도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도 짰다. 전제 조건으로 내세울 수 없지만 이산상봉이나 장성급 회담 개최일자 합의 등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북측이 호응해오면 6월 2일 평양에서 열릴 9차 경협추진위에서 식량차관합의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

6.15에 맞춘 이산가족 상봉행사 추진은 3월 말 9차 상봉에 이어 정례화의 틀을 다진다는 의미가 있다. 정부는 개설 원칙에 합의하고도 설계와 지질조사 수준에서 미적거리고 있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면회소를 빨리 짓자고 북한에 촉구할 방침이다.

◇개각설에 대북 협상력 약화 우려=대표단 안팎에서는 일각에서 제기한 개각설이 수석대표인 정세현(59)통일부 장관의 입지를 흐트러뜨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1991년 평양 고위급 회담 때 서울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정원식 총리의 교체설이 흘러나와 북측이 대표단을 대하는 태도가 확 달라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 문제로 물러난 김영성(61)북측 단장 대신 나올 권호웅(45)내각책임참사가 과거 장관급 회담 수행원 출신이란 점에서 격이 떨어진다는 점도 부담이다. 북측이 심리전 효과를 노려 의도적인 '결례'를 하고 있다는 게 정부 분석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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