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논문 代作은 업무1방해죄" 대법원 판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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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위논문을 대작(代作)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Y고 강사인 姜모(41.여)씨와 서울U고 교사 林모(45)씨는 91년9월 각각 E대와 H대에서 석사학위과정을 밟고 논문 통과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林씨는 교직경력을 살리기 위해 논문주제를 「일반계 고등학교 상업교육 개선에 관한 주제연구」로 잡았으며 姜씨도 서양화 전공을 살려 「뭉크판화에 나타난 상징적 표현 연구」로 제목을 정했다. 그러나 수업에 쫓기는 林씨와 개인전을 열고 있던 姜씨에겐논문을 작성할만한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이들은 수소문 끝에 학위논문 작업을 대행해 준다는 「논문자료센터」를 찾아가 논문 대작을 의뢰했다.
이 대행사는 林씨 논문의 연구모형과 가설을 정하고 교사들에 대한 설문작업은 물론 통계처리까지 깔끔하게 해줬다.
또 姜씨가 유학생활중 수집한 미국.일본의 뭉크판화에 대한 자료를 번역하고 정리해줬다.
수고비로 수백만원이 들었지만 시간과 품을 절약했다는 점에서 그리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林씨등은 그 뒤 서울지검에서 논문대작 대행사를 수사하는 바람에 기소돼 톡톡히 망신을 당했지만 1,2심에서 『논문 작성시 통상 허용되는 보조작업만을 맡겼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그러나 대법원 형사3부(주심 池昌權대법관)는 14일 林.姜씨와 논문작성을 도와준 학원강사 金모(33)씨등 3명에 대한 업무방해사건 상고심에서 무죄선고를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번역이나 통계처리등 기술적인 도움은 받을 수 있지만 자료분석과 정리등 논문작성의 대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다면 그 논문은 주체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게 법원의 최종 판단이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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