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폰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글이 독일계 T모바일, 대만 HTC와 함께 만든 스마트폰 ‘G1’을 23일 선보였다. 다음 달 22일 미국에서 정식 판매를 시작한다. [뉴욕 AP=연합뉴스]
◆애플에 강력한 도전장=구글은 직접 휴대전화를 만들지 않는다. 안드로이드를 탑재하기만 하면 어떤 업체도 만들 수 있다. 애플이 휴대전화인 아이폰도 PC와 마찬가지로 SW에서 단말기까지 직접 만들어 파는 것과 비교된다.
공통점은 구글폰이나 아이폰 모두 개방형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누구나 만들어 팔 수 있다. 아이폰은 ‘애플 앱 스토어’를 통해 여러 업체에서 개발한 게임이나 각종 유틸리티를 0.99~9.99달러에 판다. 수익금의 30%는 애플이 가져간다.
구글 역시 G1 출시에 맞춰 ‘안드로이드 마켓’을 열었다. 개발자가 구글의 승인 없이도 자유롭게 프로그램을 등록할 수 있다. 수익금은 모두 개발자와 이동통신업체 몫으로 돌아간다. 구글은 검색·지도·메일 등에 붙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구글의 세계 검색시장 점유율이 60%를 넘는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구글이 모바일 시장에 진출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모바일 인터넷의 보급에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과 온라인 광고에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오픈하이머의 샌디프 아가월 애널리스트는 “구글이 앞으로 3년 동안 모바일 시장에서 48억 달러가량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마트폰 시장 열리나=올 7월 선보인 3세대(3G) 아이폰은 1주일 만에 100만 대가 팔렸으며 지금까지 400만 대 이상 팔리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연말까지 10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휴대전화 제조업체 가운데 애플은 10위에 불과하다.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1억7220만 대로 전체 휴대전화 시장의 13%에 그치기 때문이다(시장 조사업체 가트너 전망). 첫 구글폰인 G1은 연말까지 40만 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4억 대 이상의 단말기를 팔고 있는 노키아와는 비교가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얘기가 다르다. 인터넷 플랫폼이 PC에서 휴대전화로 바뀐다는 것이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올해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기조 연설에서 “모바일이 인터넷으로 불리는 시대가 곧 온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국 이동통신 시장이 스마트폰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중심이던 2세대(2G) 통신 환경에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위피(WIPI)’를 아직까지도 의무적으로 탑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이폰은 국내에서 출시도 하지 못했으며 앞으로 구글폰도 출시가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에서 아이폰과 구글폰의 대항마로 관심을 끄는 삼성전자의 ‘옴니아’, 노키아의 ‘N96’ 같은 단말기도 ‘IT 강국’이라는 한국에서는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상황인데도 방송통신위원회는 위피 의무화 폐지에 대해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과정이 길어지고 있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석 달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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