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레슨] 통크족과 내집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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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통크'(Two Only No Kids)족이 나타나고 있다. 통크란 자녀가 출가한 뒤 노인 부부만 사는 독립가구를 말한다. 이들은 충분히 노후를 대비했거나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이 있어 굳이 자녀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취미와 여가 활동을 즐기는 계층이다.

통크족들은 재산 리모델링이라는 측면에서 주택에 대해 적정한 투자규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년은 경제활동이 가능한 30~40대에 비해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시기로 획일적인 기준을 설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총 자산 중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다면 합리적인 경제생활을 하기가 곤란하다. 물론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고, 역모기지론 등을 활용해 생활비를 마련할 수도 있지만 노후의 재테크는 수익성보다는 안정성 중심으로 설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 경제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적정 규모로는 20평형대면 충분할 것이다. 다만 기존의 3LDK(방 3개, 거실, 식당)보다는 2LDK(방 2개)나 원룸처럼 넓은 공간을 갖는 주택이 적당할 것이다. 접근성이나 층수, 안전, 이웃과의 교류도 고려할 대상이다.

노년 계층의 주택 수요 조사를 보면 크게 도심 지향형과 교외형의 두 가지로 나뉜다. 도심지향형 계층은 사회적 교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노인에 대한 소외에 심한 거부감을 가진다. 또 자녀와 가까운 거리에서 살기를 희망하고 대중교통 연계와 생활편익 시설 등을 중시한다. 이런 통크족에겐 일반적 상식과 달리 단독주택이나 외곽지역 아파트보다 역세권 주상복합이나 주거형 오피스텔 등도 적정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반면 교외형 선호 계층은 여가 및 레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라면 교외형 전원주택, 골프장과 연계된 콘도미니엄 등을 선호할 것으로 보이며 최근 공급이 늘고 있는 실버주택도 노인 증가에 따라 점차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년은 젊은 세대의 미래라는 점에서 정부도 정책적 측면에서 노년 계층의 주거대책을 준비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다.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판교 신도시 등의 공급 가구 중 일부를 노인 전용 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제안해 본다.

길연진 이넥스플래닝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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