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논쟁] 전교조 정보 공개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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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조전혁 의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연일 충돌하고 있다. 조 의원은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를 앞세워 전교조 활동 내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전교조는 “차라리 우리 노조를 해체하라고 얘기하라”며 반발했다. 조 의원과 전교조를 대표한 한만중 정책실장이 중앙일보 지면에서 격돌했다.

교원이 가입한 단체 보면 그들 교육철학 알 수 있다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뉴라이트 정책위원회위원/자유주의 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

  지난 17대 국회에서 이주호 의원이 발의한 교육정보공개법이 통과됐다. 이 법안의 발효를 앞두고 정부는 교육 정보의 범위·내용·형식을 정하는 시행령을 마련하고 있다. 모든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을 ‘특정’해 공개하는 ‘교육정보공개법’을 마련한 취지는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에게 보다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법안 발의의 취지에서 보면 공개의 폭을 지나치게 제한한 정부 안은 미흡하다.

나는 학생·학부모가 원하는 교육 정보는 가급적 모두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학생·학부모가 알고 싶은 교육 정보를 당국이 갖고 있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생산해서까지 공개하자는 쪽이다. 그렇게 해야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학교 폭력으로부터 안전한지, 소위 ‘왕따 문제’는 없는지, 학교가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등을 알고 판단할 수 있다. 정확한 정보가 바탕이 돼야 문제를 확실히 진단하고 합리적인 해법을 마련할 수 있다. 공개돼야 진단·평가가 가능하고, 평가돼야 개선이 가능한 것 아닌가.

나는 최근 국회에서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교원의 교원단체 가입 현황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이런 요구에 따라 교과부는 각급 학교 홈페이지에 교원단체별로 재직 교원이 가입한 숫자를 공개키로 했다. 나는 그 숫자뿐만 아니라 해당 교원의 실명(實名)도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교원이 어떤 교원단체에 가입했는지 아는 것은 해당 교원의 교육철학과 신념을 판단할 수 있는 좋은 척도이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담임선생님이 교총 회원인지, 사회과목 선생님이 전교조 조합원인지를 알 권리가 있다. 나는 전교조가 학부모에게 교원단체 가입 현황에 대한 실명 정보를 알기 원하는지 물어보기를 권한다. 전교조 경남지부는 노조 탄압 운운하면서 내가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 교육 당국에 요구한 자료를 거부하라는 ‘불법적’인 공문을 관내 900여 학교에 발송하기까지 했다. 전교조는 노조 탄압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런 행태야말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국회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을 탄압(?)하는 것 아닌가 자문해야 한다.

최근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선택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고도 정확한 정보가 필수적이다. 학생·학부모의 다양한 교육적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공개할 교육 정보 역시 다양해야 한다. 정보 공개를 통해 학교의 장단점이 드러날 것이다. 학교에 대한 주변의 관심이나 압력이 증가할 것이 틀림없다. 문제가 있다면 학교와 교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만약 학교 자체의 노력만으로 해결이 힘들다면 학부모와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가 나서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 교육 정보 공개가 중요한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교육이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집회 참석 횟수까지 요구
과거 공안기관 사찰 같다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

한만중 전교조 정책실장/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정책실장/전교조대변인/남서울중 국어교사

  뉴라이트 계열의 활동을 해 온 인사들이 국회에 진출하면서 전교조 관련 기사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회 국정질의와 청와대까지 동원한 압박을 통해 교육정보공개법 시행령에 교원단체의 수를 공개하도록 시행령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수만 명에 이른다던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교조 조합원 수가 수백 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수 언론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조전혁 의원과 신지호 의원 등은 전교조가 노동조합으로서 해 온 합법적인 활동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하다. 조 의원은 전교조 조합원이 최근 6년 동안 활동해 온 내역을 파악해 보고하라는 자료 요청을 하고 있다. 최근 6년간 집회에 참가한 횟수를 보고하라는 것은 공안기관의 사찰에서나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전교조 교사 색출 지침으로 “촌지를 거부하고,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친절한 교사” 등을 내려 보내는 해프닝은 있었지만 전교조 결성기에도 이러한 일을 노골적으로 진행하지는 않았다.

조전혁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을 요구한 국정감사 자료 요청 내용은 교원노조의 교섭 상대인 교과부와 교육청으로 하여금 부당 노동행위를 하도록 강요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단체교섭으로 체결된 월 2시간의 조합원 교육 시간 내역을 파악하라는 것은 교과부와 교원노조 간에 체결된 단체교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도를 담고 있지 않은가. 의원의 의정활동은 헌법과 법률의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거나 초법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오히려 국회의 권위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2000년 체결된 단체교섭에서 교육 정책에 관한 사항은 정책협의회에서 분기별로 개최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경기지부 등 각 지부 단위에서 정책협의회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여기에 근거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 정보가 어두운 것인지 신지호 의원은 탈법적인 활동이라는 보도 자료를 공공연히 내놓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법과 원칙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교원노조법과 단체협약이라는 법적 근거마저 무시하면서 자신들을 반대하는 세력을 억누르고자 할 때만 법과 원칙을 동원하는 것이 공당으로서 적절한 것인지 묻고 싶다. 전교조는 1989년 결성 이후 1500여 명의 해직교사가 거리의 교사로 10여 년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99년 7월 1일 교원노조가 합법화되고 전교조는 단체교섭과 정책협의회 등을 통해 교육의 공공성과 교사, 학생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러한 활동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할 수는 있다.

하지만 전교조 무력화 활동에 몰두하면서, 국정감사라는 소중한 권한을 전교조 약화시키기에 사용하는 것은 재고해 보기 바란다. 차라리 국회의원 활동보다 조갑제씨처럼 전교조와 MBC, 민주노동당을 해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선언하고 이에 걸맞은 활동을 하는 게 솔직한 태도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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