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우조선·외환은행 인수 가격 낮아질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대우조선과 외환은행의 매각 가격이 당초보다 낮아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기업의 주가도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수 후보자들이 자금을 조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증시에서 대우조선의 주가는 250원(0.83%) 오른 3만2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가격은 산업은행이 7월 30일 대우조선에 대한 실사를 시작했을 때의 주가(4만1700원)보다 27%, 3월 말 매각 계획 발표 후 최고가(6월 4일 4만8750원)에 비해선 38%가 낮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캠코)가 팔기로 한 대우조선 주식(50.4%)의 시가총액은 2조9158억원으로 2개월도 안 돼 1조원 이상이 줄었다. 이로 인해 매각 가격이 낮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조선 담당 애널리스트는 “매각 가격엔 경영권 프리미엄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되지만 주가 수준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지금 주가대로라면 당초 예상됐던 7조~8조원보다는 1조~2조원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이 6조원에 팔린다고 하더라도 산업은행과 캠코는 별로 남는 게 없다. 당초 산업은행 등이 대우조선에 투입한 자금은 3조5000억원. 여기에 이자비용과 각종 관리비용만 더해도 원금은 5조원으로 불어난다. 대우조선 인수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인수합병(M&A) 전문가는 “금융위기로 연기금 등이 요구하는 이자만 연 10%를 넘어섰다”며 “돈 구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주가도 하락해 매각 가격도 다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의 매각 가격도 론스타와 HSBC 간의 계약금액(주당 1만6200원)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만3000~1만5000원을 오가던 외환은행의 주가는 HSBC가 계약 포기를 선언한 이후 1만900원까지 하락했다. 국민·하나 은행도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메릴린치도 외환은행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투자 의견과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김준현·장정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