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도네시아 민주화시위 현장-수백명 '알수없는 곳' 실려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중심가에서 벌어진 대규모 시위로 민주당사와 은행등 주요 건물이 불탄 가운데 사망자수와 실종자수를 놓고 야당측과 정부간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수하르토 대통령이 자신의 민주화 의지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는 정부 산하 인권위원회가 이례적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민간 인권단체들과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수하르토 정부를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이번 시위와 관련해 경찰에 구금된 사람이 2백15명에 이르는 만큼 이 숫자가 야당측에서 주장하는 소재불명자와 일부 중복되는지 안되는지가 분명치 않다고 보도하고 있어 정확한 희생자수 집계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 이다.
인권위원회는 목격자들과 언론 보도를 인용해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같다』며 『인도네시아 인권단체들과 함께 희생자 수색작업과 구호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원회는 또 민주화운동 지원단체인 민주포럼,그리고 기타 문화.환경운동단체들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수백명의사람들이 병원 혹은 「알수 없는 장소」로 실려갔다』고 밝히고 있어 사상자수가 정부 발표보다 많을 것임을 시사했다 .
또 독립적인 법률 구호단체인 인도네시아 법률구조기금도 62명이 실종 상태에 있다고 전하고 있으며 시위 부상자를 치료하고 있는 자카르타 시내 병원들은 환자들에 대한 접근을 철저히 통제,사상자수 집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주말의 시위 사태가 인도네시아민주당(PDI)당원들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공산주의 성격이 짙은 인민민주당(PRD)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이는 야당 당수인 메가와티를 PDI 당 수에서 축출하는 과정에서 PRD를 그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의도라는 관측이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시위로 희생자가 속출하자 미국 언론들도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를 촉구하고 나서 수하르토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뉴욕 타임스지가 1일자 사설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를 위해 미국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이어 워싱턴 포스트지도 최근 인도네시아 군부의 발포명령을 계기로 동티모르사태를 신속히 보도하는등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심 을 촉구하고 나섰다.한편 자카르타 경찰은 과격시위 이후 자카르타 시내 고층빌딩에 폭탄이 장치돼 있다는 괴전화가 수차례 경찰에 걸려왔으나 조사결과 대부분 허위임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자카르타 시내 한 건물에 근무하고 있는 회사원은 『경찰의 대피방송으로 하루에도 여러번 대피하는 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자카르타 시내는 여전히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자카르타=유상철 특파원.외신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