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에 유학하는 한국 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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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리그는 미국 동부에 있는 하버드·예일·프린스턴·콜럼비아·유펜·코넬·다트머스·브라운 등 8개 명문대학을 말한다. 물론 미국에는 아이비리그보다 더 유명한 대학도 많다. 대표적인 대학으로 MIT·스탠퍼드·칼텍 등을 꼽을 수 있다. 왜 한국의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이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 대학에 유학하려고 할까?

아이비리그에 진학하려는 이유는?

민사고 재직 당시 학부모와의 간담회에서 “인생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대학은 미국 명문대에서 공부하는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이 말은 한국의 고교에서‘죽도록’공부하고, 미국의 대학에서도 한국의 고교 이상으로 학습을 해야한다는 의미를 띠고 있다. 비교적 학과 공부를 덜하는 한국의 대학생활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기도 하다.

실제 국내 대학생들은 1학년 신입생 때는 MT를 비롯한 오리엔테이션으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4년 내내 전공 공부에 매달려 공부하는 학생도 점점 늘고 있지만, 대체로 대학 2학년때부터 취업 준비를 위한 공부를 한다. 자격시험이나 영어공부가 주를 이루는 것이다.

요즘은 제때 취업을 못해 대학 졸업을 일부러 늦추는 학생도 있다. 이러다 보니 국내 대학에 매력을 잃은 우수한 인재들이 세계의 유명대학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세계 유수 언론기관의 대학평가에서 위에 언급한 미국의 대학들이 항상 최상위권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론기관에 따라 평가항목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인 교수들의 연구력이나 수준 높은 논문, 우수한 학생, 우수한 연구시설과 재정지원, 졸업 후 다양한 취업 진로 등이 이들 대학을 세계 최고로 자리매김 하게 했다.

질 높은 교육 욕구 강해져

요즘은 세계 대학에 관한 정보를 예전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세계적인 대학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도전의식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외국인도 쉽게 접할 수 있고, 외국어(주로 영어)도 언론매체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화는 다른 국가와의 문화·경제 교류 확대와 함께 더욱 광범위해 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명문대학에서 생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곳에는 전 세계의 우수 인재들이 모여 나름의‘글로벌 커뮤니티’를 형성한다. 세계적인 교수의 지도아래 수준 높은 학문을 연마할 수 있다. 교육을 위한 좋은 시설도 갖추고 있다. 충분한 연구비도 제공받을 수 있다.

국내 학생들의 세계 유명 대학 진학도 활발하다. 민사고 졸업생의 상당수는 아이비리그에서 세계의 우수한 인재들과 토론·주제발표·팀리서치 등을 통해 과제수행능력을 키우고 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국가 경쟁력을 인적자원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인적자원을 키우는 것은 질 높은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 이는 결국 학생들의 잠재력을 세계적인 차원에서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의 교육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학생들의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해외 명문대로의 유학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막을 필요도 없다고 본다. 해외명문대 유학을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일종의 투자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들에게도 좋은 자극이 될 것이다.

국가 경쟁력 확보 위해선 좋은 투자

2005년 기준으로 미국 하버드대학의 학교발전기금이 259억 달러라고 한다. 원화로 환산하면 대략 25조9000억원이다. 아이비리그의 다른 대학들도 학교발전기금이 십수조원에서 수십조원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막대한 기금으로 세계 최고의 교수를 초빙하고,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최고의 인재를 모아 교육하고 있다. 이런 곳에 한국의 우수한 인재들을 보내 교육을 받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를 위한 최고 투자가 아닐까?

인도의 공대 출신들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큰 활약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다. 인구가 많은 인도이기에 뛰어난 인물도 많을 것이라고 위안을 해보지만 궁색한 변명에 불과할 것이다. 다행히 최근에 국내 대학 출신이 미국대학 교수로 초빙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국도 이제는 변화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국내의 대학들도 우수 학생 유치·글로벌 인재 양성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세계 유명 대학과 MOU를 맺고, 공동학위를 주고, 미국 아이비리그 입학사정관을 초청해 대입제도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는 바람직하다.

고문수 링구아어학원 고문·하나유학컨설팅 대표
전 민사고 영어과 수석교사 / 051-702-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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