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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 한달…절반의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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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방송과 인터넷으로 교육방송(EBS) 수능강의가 시작된 지 1일로 한달이 됐다.

30일 현재 EBS 수능 방송의 회원은 74만명에 이르고, 동영상(VOD)강의 누적 다운로드가 212만건에 달했다. 초반의 눈길 끌기엔 일단 성공한 셈이다.

여기에 교육인적자원부가 EBS 강의가 수능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접속 대란에 대한 우려도 가라앉은 상태다.

이와 관련, 안병영 교육부총리는 3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 EBS 수능강의를 e-러닝의 사례로 소개해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강의의 질과 부실한 교재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제때 강의가 올라오지 않는 '늑장 편성'에 불만을 가진 학생들이 사설 온라인 업체나 학원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기미도 나오고 있다.

◇강의 기다리다 목 빠져="어떤 강의는 아예 강좌도 없고 일주일에 한개나 찔끔 올라오고…. 기다리다 지쳤습니다. 언제 진도를 따라잡습니까. 내일부터 다른 사교육 사이트에서 인터넷 강의 신청해 듣겠습니다."

EBS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수강생의 이야기다.

EBS는 서버 다운을 우려해 위성방송에서 방영된 강의만 인터넷에 게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강좌는 한달이 지난 지금 2~3개 강의만 올라와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6월 수능 모의평가 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답답해하고 있다.

교재에 대한 불만도 크다. 급하게 만든 탓에 내용이 부실한 데다 교재비도 만만치 않다.

부산의 한 고교 교사는 "영역별로 교재만 10여개가 넘어 어떤 걸 골라 수능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 반응 엇갈려=서울의 경우 EBS 수능강의에 대한 인기가 한풀 꺾였지만 지방 쪽의 호응은 높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에선 EBS 강의가 시작될 당시 150명의 학생이 수능 강의를 시청했지만 최근에는 한반에 2~3명 정도만 EBS 강의를 보고 있다. 결국 학교 측에서는 강의 내용을 CD에 담아 여름방학 때 활용키로 했다.

반면 지방의 학교는 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해 EBS 강의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유명 강사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학생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만족도를 높인다는 설명이다.

◇학원가는 된서리=오프라인 학원가는 큰 타격을 받았다. 경기도 분당의 한 학원에서는 온라인에서 수백명씩 몰고 다니는 강사의 강의가 폐강됐다. 등록 학생이 8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원수강생이 급감하자 강사들 사이에는 '때아닌 봄 휴가'라는 말이 돌기도 한다. 사설 온라인 업체도 강의를 무료로 전환하거나 입시 상담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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