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총리의 靖國神社 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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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가 29일 야스쿠니(靖國)신사(神社)를 참배한 것은 그 이유야 무엇이든 경솔한 행동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과거 일본에 엄청난 피해를 본 주변국들의 입장과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오만한 행동이다.특히 최근 한국.
중국.대만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고,배타적경제수역(EEZ)협상을앞둔 일본의 외교적 입장을 고려해서도 현명하지 못하다.
하시모토총리 자신은 개인자격 참배라고 주장하지만,참배자 명부에 총리임을 밝혔듯이 개인문제로 끝날 수 없는 문제다.그것은 하시모토총리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그럼에도 그처럼 무리한 행동을 한 것은 올가을 총선에서 보수 우익 진영의 지지를 얻으려는 정치적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는 총리가 되기 전 태평양전쟁유족회장을 맡는 등 우익색깔이분명한 정치인이다.그러나 총리가 된 후 회장자리를 내놓고 과거사에 대한 반성태도를 보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 왔다.지난6월 제주도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하시모토총리 는 과거반성과 함께 미래지향의 한.일관계를 강조함으로써 한가닥 기대를 갖게 했다.그러나 이번 사태로 그같은 기대는 무너졌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이다.청일전쟁이후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일본이 치른 대외침략전쟁에서 사망한 2백50만 위패(位牌)가 안치돼 있다.그중엔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A급전범(戰犯)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과거에도 일본 총리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으나 최근 10년동안 재임한 총리들은 참배를 자제해왔다.
종전(終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은 과거 잘못에 대해반성다운 반성을 해본 적이 없다.역사가 입증하는 사실(史實)마저 회피 아니면 엉뚱한 궤변(詭辯)으로 일관해오고 있다.일본은언제까지 그같은 어리석음을 반복할 것인가.일본 정치의 최고지도자가 과거 미망(迷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같은 상황으로 일본이 주변국들과 참된 의미의 선린(善隣)관계를 이루기란불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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