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年 5000만원 드는 조기유학, 700만원으로 대체 효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국제중 대비 전문학원 ‘프라우드7어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이 영어책을 읽고 있다. 이 학원은 최근 대원·영훈중 대비반을 신설했다.

19일 오후 초등학생들로 붐비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 전날 교육과학기술부의 승인으로 대원·영훈 국제중 설립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대비 학원들은 광고와 입시설명회 등의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 중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현재 국제중 대비반을 운영 중인 서울 지역 학원은 모두 21곳. 이 가운데 11곳이 외국어학원이다.

19일 서울 대치동에 있는 국제중 대비 전문학원 ‘프라우드7어학원’에서 초등학생들이 영어책을 읽고 있다. 이 학원은 최근 대원·영훈중 대비반을 신설했다. 신동연 기자

원래 청심국제중 대비 전문학원들이지만 이미 올 초부터 대원중·영훈중 대비반을 암암리에 운영하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지난달 말 시교육청의 허위·과장광고 단속 이후 학원가는 많이 움츠러든 상태지만 입시 전형안이 확정되면 즉시 수강생 유치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프라우드7어학원 김종호 대표는 “국제중 전형에 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전형이 확정되면 입시설명회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국제중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다음 카페 ‘우리아이 국제중 보내기(인터멘토)’의 경우 18일 교과부의 국제중 설립 동의 소식이 전해진 후 하루 가입자가 평소 50명 수준에서 150여 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원·영훈중 입시와 관련한 세세한 뉴스와 정보가 계속 업데이트되며, 전형에 관한 문의도 줄을 이었다. “아이의 국제중 진학을 위해 이미 서울로 이사했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주부 김미정(40·서울 강남구)씨도 초등학교 5학년인 딸아이의 국제중 진학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국제중 전문 어학원에 다니는 그의 딸은 최근 치러진 국제영어대회(IET)에서 금상을 받았다. 영어몰입교육을 하는 국제중에 딸을 진학시켜 재능을 보다 키워 주고 싶다는 게 김씨의 바람이다.

청심·부산국제중은 모두 지방에 있어 딸을 기숙사에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좀 망설여 왔다. 김씨는 “많은 강남 엄마가 지방에 있는 국제중에 보내기보다 해외유학을 선호한다”며 “서울에 국제중이 생기면 그곳으로 보내겠다는 이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유학 비용으로 보통 연간 5000만~1억원 정도 드는데, 자녀를 국제중에 보내면 연 700만원 정도로 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 입장에선 어린 나이에 해외로 혼자 나가 정서적 불안감에 시달리거나 귀국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등의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 역시 국제중 진학이 매력적인 이유다.

하지만 선발을 운에 맡기는 추첨제 전형안 때문에 김씨의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다. 치열한 서류·면접 전형을 통과하고도 3단계 추첨 전형에서 떨어진다면, 어린 딸이 큰 상처를 입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딸이 아직 5학년인 나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6학년 자녀 학부모들은 아직 선발 전형이 확정조차 되지 않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올 초 이미 서울 지역 국제중 설립을 기정사실화하고 준비해 왔다. 작년 50대 1에 달하던 청심국제중학교 경쟁률이 올해는 20대 1 수준까지 떨어진 것도 서울지역에 국제중학교가 생긴다는 소식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대원외고와 같은 재단 소속인 대원중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이 특히 크다”며 “비교 내신제와 같은 장치가 마련되면 특목고 진학에도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학원 관계자들은 “대원·영훈중 지원자들도 당분간은 기존의 국제중 대비 방법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시교육청은 국제중 신입생 선발과 관련해 “영어 성적을 배제하고 사교육과 관련한 교과과정 평가를 금지해 사교육비 상승을 차단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강남 학부모는 거의 없다. 정치적 이유로 채택된 미봉책은 변질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대치동 E외국어학원 원장은 “자기소개서와 면접만으로 수만 명 지원생의 역량을 가려 내는 데 한계가 있다”며 “대원·영훈중 입시에서도 결국은 학업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서류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심·부산국제중 등 기존 국제중 입시를 위해서는 100점 전후의 iBT 토플 성적(120점 만점), 각종 수학·과학 경시대회 입상 경력, 한자·컴퓨터 자격증, 학교 임원·봉사 활동 내용이 담긴 포트폴리오 등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국제중 대비 과정은 특목고와 명문대 진학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국제중 진학에 실패해도 학생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 볼 건 없다”고 말했다.

대치동 P외국어학원 원장은 “모든 학생과 학부모의 궁극적인 목표가 ‘명문대 진학’이기 때문에 국제중학교는 일종의 징검다리라고 볼 수 있다”며 “국제중의 인기가 높아지면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고급 사교육 시장이 크게 팽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찬 기자

중앙SUNDAY 구독신청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