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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 계파·계보가 어딨느냐 박 대표가 밀어주면 힘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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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나라당은 박희태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에게 한 얘기다. 두 사람은 이날 청와대에서 조찬 회동을 했다. 지난달 12일 이후 6주 만이다.

이 대통령은 한 배석자가 “홍준표 원내대표가 ‘세가 없어서 흔들린다’고 했다”고 하자 껄껄 웃으며 “한나라당에 계보·계파가 어딨느냐. 당 대표가 밀어주면 힘이지, 무슨 계보가 필요하냐”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당·청 소통을 중시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박 대표의 역할도 거듭 강조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과 차명진 한나라당 대변인이 전한 두 사람의 대화는 이랬다.

▶이 대통령=“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민생 법안이 450여 건에 달한다. 여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큰 만큼 각종 개혁· 민생 입법이 차질 없이 처리되도록 당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노력해 달라. 나는 경제 살리기를 위한 규제개혁에 명운을 건 만큼 당대표가 중심이 돼 잘 뒷받침해 주길 바란다.”

▶박 대표=“당도 관련 입법을 처리하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

▶이 대통령=“(당·청 협력 차원에서) 정상회담이나 정상 외교 때 현직 국회의원을 대동했으면 한다. 바로 있을 러시아 방문 때부터 함께 가면 어떻겠느냐.”

▶박 대표=“좋다. (대통령이)야당 지도부와 대화 자리를 갖고, 대화를 활성화하는 게 좋겠다.”

▶이 대통령=“좋은 의견이다. 다음 주 중 여야 원내 지도부, 정책위 의장단, 국회 상임위원장단을 초청하도록 준비해라.”

두 사람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논의했다.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말 그대로 당·청 정례 회동을 하기로 했다. 격주 금요일마다 조찬을 함께한다.

이 대변인은 “당무와 정무 전반에 관해 의논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양한 수준의 대화 채널도 가동키로 했다. 정책 파트 간, 대변인단끼리, 혹은 사무총장과 정무수석급 간 회동을 자주 갖는 방식이다. 아예 당·청 소통을 전담할 채널을 만드는 방안도 연구에 들어갔다. 한 참석자는 “총재비서실장처럼 당과 청와대 사이에 상시 소통할 수 있는 기구나 자리를 만드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과거 대통령이 당총재이던 시절 총재비서실장은 매일 청와대 수석회의에 참석, 자연스럽게 당·청 소통의 창구가 됐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26일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 정책위의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어린이 예방주사를 예로 들면서 정책 기조를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어린이 예방주사를 맞으면 보통 45만원 정도 드는데 서민들이 활용하는 보건소엔 전액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여러 가지 정책에 있어 서민 지원을 가장 우선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하게 형편이 되는 분들은 규제를 푸는 것으로 자생력을 키우는 것으로 하고 서민에겐 전폭적으로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식의 예산과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쉽게 얘기해 찔끔찔끔 지원하는 방법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사퇴론 떨쳐낸 홍준표=홍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이번 국감은 노무현 정부 1년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6개월에 대한 국감”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진보의 몸부림에 고초를 겪었는데 마치 국정 실패의 전부인 양 오명을 쓰지 않게 의원들이 분발해 달라”고 당부했다.

상임위별 소위 구성을 두곤 “반드시 의석 비율로 해야 한다. 민주당의 거부로 안 되면 소위 구성을 할 필요가 없다”거나 “법안심사소위원장은 반드시 한나라당이 맡도록 해달라”는 지시도 했다. 당 안팎에선 “홍 원내대표가 사퇴론을 떨쳐내고 원내사령탑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 원내대표는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어 정식 재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조찬 회동에서 추경안 처리를 거론하며 “홍 원내대표가 고생했다”고 말했다 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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