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퇴직 간부 100명 중 92명 금융업계 재취업 ‘모럴 해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금융감독원(금감원) 고위직에서 퇴직한 직원 가운데 재취업자의 90% 이상이 금융업계에 진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정안전부가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에게 제출한 ‘퇴직공직자 재취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3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금감원에서 퇴직 후 재취업한 2급 이상 간부 100명 가운데 92명(92%)이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 금융업계에 재취업했다. 진출 업종별로 보면 은행권이 32명으로 가장 많았고, 증권회사 21명, 보험회사 17명 순이었다.

재취업자 92명 가운데 63명은 퇴직한 지 일주일 안에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 중 50명은 퇴직한 바로 이튿날 재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취업자 가운데 72명이 해당 기업의 감사가 됐다. 2003년에 금감원을 퇴직한 한 부원장보급 간부의 경우 퇴직(3월 21일)하기 전에 국내 굴지 은행의 상임감사로 재취업(3월 19일)하기도 했다.

정 의원 측은 "같은 기간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 퇴직자도 관련 사기업에 다수 재취업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의 경우 101명의 재취업자 중 50명이, 기획재정부는 33명 가운데 22명이 금융업계와 회계법인 등에 재취업했다. 2005년 국세청에서 퇴직한 한 6급 직원은 퇴직하기 3일 앞서 한 유명 회계법인의 과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나 법인·단체에 취업할 수 없다”(제17조)고 돼 있다. 금감원 직원의 경우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에 해당한다.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 파악하기에는 해당 기간 전체 퇴직자 156명 가운데 55.1%에 해당하는 86명만이 유관기관에 재취업했다”며 “모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만큼 합법적인 재취업”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퇴직하기 3년 전부터 은행업무를 담당했던 임원이 증권이나 보험업계에 가는 것과 같은 재취업은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이나 기획재정부도 “공직자윤리위 심의를 통과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갑윤 의원은 “금감원의 경우 은행이나 증권 등 한 분야에 주로 몸담아 오다 재취업을 염두에 두고 퇴직 전 다른 부서로 자리를 옮겨 ‘탈색’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금융 분야를 감독하는 공공 영역에 몸담아 오다 곧바로 담당 분야의 사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부적절한 의심을 살 수 있는 만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취업 심의와 직무 감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호 기자

[J-HOT]

▶세라 미인대회 출전때 "심사위원들이 엉덩이 보게…"

▶동반 사표 내고 유럽여행 떠난 '맞벌이 부부'

▶"혼자 살며 모은 1억5000만원, 80% 날려"

▶예물·혼수 생략한 결혼, 끝나니 부모님이…

▶'닥본사' 마음먹게 만든 '베토벤 바이러스' 이건 좀…

▶권상우-손태영 신혼집은 국내 최고가 아파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