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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학교 體罰 금지 明文化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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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반세기만에 전면 개편에 착수한 교육법 시안에는 획기적이고 뜻깊은 내용이 많아 교육개혁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그러나 열린 교육사회.평생 학습사회를 지향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체제 구축이라는 개편 목표에 비춰볼 때 검토.보완돼야 할 내용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학교 체벌에 관한 내용이다.학교 체벌이란 징계의 일종으로 교장이나 교사가 물리적인 제재나 혐오스런 일을부과함으로써 신체적.정신적 고통이나 수치감을 안겨주는 행위를 말한다.매 맞기.기합.화장실 청소등이 이에 속한 다.
흔히 학교 체벌은 학교의 질서를 유지하거나 온당치 못한 행동을 고치기 위한 것이라 해 「사랑의 매」「합법적인 교육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다.이 때문에 학교 체벌 금지를 법에 명시하는데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더구나 학교가 콩나물 교실인데다 가정에서 공동체 생활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규범도 제대로길러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체벌은 최소한의 수단일 수밖에 없다는교사들의 하소연은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다.
그러나 학교 체벌은 첫째,최근에 말썽이 되고 있는 폭력의 일종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폭력은 상대방의 인격 무시와 물리적 강제를 특징으로 한다.따라서 참기 어려운 인격 모독과 고통을 체험케 한다.우리가 폭력을 미워하고 근절하 고자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체벌도 이 점에서 폭력이나 다름 없다.더구나 체벌은 폭력을 당연시하고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금지돼야 마땅하다.
둘째,학교 체벌은 교육법 개편 정신에도 배치된다.열린 교육사회와 소비자 중심의 교육체제는 자율성과 자발성을 요체로 한다.
체벌은 학생으로 하여금 자율적 판단과 자발적 의지보다 부정적 자극을 회피하려는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반응을 촉발 시킴으로써 일시적인 힘을 발휘할 뿐이다.합리적 설득과 권위적 조정으로 자율성과 자발성을 기르는 것이 교육의 중심축을 이루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체벌은 금지돼야 한다.
셋째,체벌은 교육적 효과도 낮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정상적인정서 발달을 그르칠 수 있다.「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교육운동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체벌을 정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학생이 상당히 많았다.사랑의 매라든가,다음부터 잘하겠다고 반성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억울하다든가,반항하고 싶다는 학생도 적지않았다.심지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든가,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응답도 있었다.
넷째,학교 교육이 전문적인 역량과 권위에 의해 유지될 수 있기 위해서라도 체벌은 금지돼야 한다.학교가 물리적 제재나 일시적이고 강압적인 효과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교사들도 체벌한 후에는 기분도 상하고 직분에 대한 회의감도 생긴다고 한다.체벌 금지는 교사로 하여금 비교육적인 수단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학교 체벌은 법으로 금지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체벌이 어쩔 수 없는 수단이 될 수밖에 없는 다인수(多人數) 학급,과다한 잡무,교사의 권위 경시,낮은 처우등과 같은 여건 개선이 필수적이다.
체벌이 금지되면 당분간은 갈등과 혼란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다각적인 보완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우리 학교가 이름 그대로 열린교육사회,안락한 인격 도야의 전당이 되기를 바란다.
강원대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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