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위석칼럼>서양의 고뇌,동양의 기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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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림픽에 문화.예술 종목이 동참한 역사는 오래다.기원전 2세기 로마제국이 그리스를 병탄한 후 올림픽은 로마에 의해 종교적이유로 박해를 받았다.그러나 예외가 없지는 않았다.위대한 황제로 역사에 남은 아우구스투스 대제는 그 자신이 열렬한 스포츠 팬으로서 올림픽 경기를 장려했다.폭군 네로도 올림픽에 대해서는뜨거운 후원자였다.그는 스포츠보다 예술쪽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는 정식 올림픽 종목에 하프연주와 비극공연 두 종목을 추가하도록 지시하고는 자신이 그 종목에 몸소 「출전」했다.이 두 종목 금메달을 자기가 차지해 갔다는 점 말고는 나무랄 데가 조금도 없는 일이다.
지금 이곳 애틀랜타에는 미술.음악.무용.연극을 포함해 대충 1백50개의 예술축제가 올림픽에 때맞춰 열리고 있다.이들 행사가 열리고 있는 애틀랜타 시내 공연장.전시장 숫자만 해도 지도에 54군데로 나와 있다.행사장은 모두 지름 3.
5마일의 원 안에 들어 있고 전철역에서 매우 가깝다.대체로 대형 문화건물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해 서로 지척에 붙어 있다.
큰 부자들이 돈을 내 자기 이름을 붙인 예술 건물을 지은 것이다. 약 1백년전 남편과 함께 애틀랜타에서 잡화 소매상을 해 거부가 된 하이 부인(夫人)의 이름이 붙은 「애틀랜타 하이 예술박물관」에서는 「바퀴들(Rings)」이라는 주제를 단 미술 전람회가 열리고 있다.이 전람회를 6년에 걸쳐 준비한 전시 감독 JC 브라운은 바퀴들은 올림픽 상징인 바퀴 다섯을 빌려와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이 마크는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 남작이 직접 디자인한 것으로 상호연결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전시회에는 「세계 예술의 다섯가지 정열」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사랑.고뇌.경외(敬畏).승리.기쁨이 그것인데 전시작품은 이 주제별 순서에 따라 분리돼 있다.전세계가 출품한,7천년간의 인류문화사에 걸친 작품들이다.사람에 따라서는 이 전시회가 너무 주제에 집착했다고 트집잡기도 한다.
「사랑」작품 전시에는 벽에 「사랑하는 마음을 꽃과 다투어 피게 말지니/한 토막 연정은 한줌씩 재가 되어 스러져 가거늘(春心莫共花爭發 一寸相思一寸灰)」이라는 한시(漢詩)가 쓰여 있다.
사랑은 고뇌와 저절로 연결된다.그래서 뭉크의 「이 별」이 여기에 소속돼 있다.떠나는 남자에게 안긴 여자의 치마 끝은 어디선가 끝날 것 같지 않은 길처럼 늘어져 있고 꽃은 이 두 애인의가슴처럼 피어 있는 그림이다.
고뇌부분에 들어 가면 기원전 6세기의 그리스의 여류시인 사포의 시가 또 벽에 쓰여 있다.「고통이 뚫고 들어 오네/나에게,한 방울/또 한 방울」 서양 미술은 고통을 그리는데 뛰어난 장점이 있음을 알겠다.렘브란트의 『부인(否認)』은 베드로가 닭이울기 전에 세번 자기는 예수의 일당이 아니라고 열심히 부인하는그림이다.계집종은 베드로가 예수와 다니는 것을 보았다고 증언하고,로마 병정은 그것을 듣고 있다.한 열 발자국 떨어져 예수가이 장면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 다.이 그림에서 신의 아들 예수의 고뇌도 고뇌려니와,나는 베드로가 조금 있다 닭이 울면 치러야 할 연약한 사람으로서의 고뇌 때문에 전율했다.고뇌부분에 이 밖에도 현대 남미 화가인 안토니아 에이리츠의 『노선(路線)사이에서』,마그달레나 아바카노위츠의 『감방(監房)』이 유별나게사람 마음을 아리게 했다.
경외와 승리 부분은 이 글에서 생략하기로 하자.
기쁨에 관한 미술이라면 세련(洗鍊)을 거부하는 현대의 원시생활 민족의 예술과 동양의 고전을 능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서양 작품으로는 로댕의 『키스』가 압권이었다.모네등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에는 헬렐레한 기쁨에 가까운 것이 있었다.그러나 차라리 빌렌 드 쿠닝등 현대 추상 작품이 서양쪽에서는 훨씬더 잘 기쁨을 찾은 그림들로 보였다.
동양 작품으로는 불타.고승(高僧).신선.복사꽃 그림과 조상(彫像)이 자연의 기쁨,깨달음과 깨달은 자의 기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인도 「우파니샤드」에서 다음 글귀를 따 벽에 적은것을 읽었다.
「순수한 기쁨으로부터 창조(創造)는 퉁겨져 나온다.창조는 기쁨에 의해 지속되고 기쁨을 향해 행진하고 기쁨으로 다시 돌아 온다.」 서양의 고뇌는 동양의 기쁨으로 통하는 것일까.이 둘을서로 통하게 하자는 것이 올림픽 문화 축제일까.아마도 이것을 연결하는 것은 동양에도 있고 서양에도 있는 사랑일게다.
[애틀랜타에서=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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