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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Who&Why] 기로에 선 ‘영원한 혈혈단신’ 홍준표 원내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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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민주당 원혜영, 한나라당 홍준표, 자유와 창조의 모임 권선택 원내대표(오른쪽부터)가 17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만나 손을 잡고 있다. 이들은 추경예산안을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김형수 기자]

가난한 농민의 막내아들. 초등학교 6년간 전학만 다섯 차례. 영남고 출신. 골수 운동권도 아니면서 단 한 번 유인물 사건에 연루돼 대학 2학년 때 제적.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의 이력은 굴곡의 연속이다. 그는 2005년 펴낸 『나 돌아가고 싶다』란 자전적 에세이에서 이런 자신의 인생을 ‘비주류’라고 규정했다.

“나는 늘 비주류였다… 검사가 됐을 때 한국사회 주류의 대열에 포함된 걸로 생각했으나 착각이었다. 그 사회에서도 만 11년간 나는 철저한 비주류로 이리저리 몰려 있었을 뿐이다. 세상에서 주류로 산다는 게 얼마나 행복하고 좋은 것인지 나는 평생 비주류를 해봐서 잘 안다…나는 내 자식들이 한국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고 사는 주류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적어도 홍 원내대표에게 ‘비주류’라는 단어는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이면서도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은’ 모순이었다.

그런 홍 원내대표의 입에서 16일 “여전히 나는 비주류”라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추경예산안 처리와 관련, 원내대표 책임론을 놓고 갑론을박한 의원총회가 끝난 직후다. 의총에서 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15명. 그중 7명이 사퇴론을 주장했다. 문제는 사퇴론을 제기한 의원들이 대부분 한나라당 내 주류인 친이계라는 점이다.

◆왜 비주류인가=검사 시절 그는 명문고 출신이 아니란 이유로 뒤를 봐줄 선배가 없었다. 공안부에 가고 싶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그는 검찰 주류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검찰 선배인 박철언·이건개 전 의원을 구속시켰다. 그는 ‘모래시계 검사’란 이름을 얻었지만 검찰 주류들과는 영영 멀어졌다.

1996년 정치에 입문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4선 의원이지만 혈혈단신이다. 이회창 총재 시절에도, 최병렬 대표·박근혜 대표 시절에도 계보와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가 믿은 건 개인기였다.

정치권에 입문한 뒤 맡은 보직도 주로 ‘비상 당직’이었다. 2003년 대선자금 문제로 당이 어려움에 처하자 신설 당직인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다. 박근혜 전 대표 시절엔 당헌·당규를 고치는 혁신위원장이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에도 부침이 있다. 99년 말 미국에서 함께 생활한 이 대통령을 그는 ‘형님’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2006년 서울시장 경선 때 자신을 돕지 않자 말도 섞지 않았다. 사람들을 만날 때면 “배신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대선 막판 BBK 사건을 처리하는 클린정치위원장을 지내면서 비로소 관계가 복원됐다.

◆위기의 정치인생=홍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추대 형식으로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당시 당내에선 “청와대-친박그룹-이상득 의원과의 교감 속에 출마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이제 나도 정규직이 됐다”고 기뻐했다. 야당에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18대 국회 정상화 과정에서 뚝심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이때부터 친이계 의원들의 불만이 쌓였다. 원내대표가 자신들을 배제한 채 너무 독주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추경안 사태가 터지기 직전의 연말 인재 재배치론도 불씨가 됐다. “모든 의제의 중심이 되려 한다”는 비판이 여권 내에서조차 제기됐다. 그는 “내가 바로 의제의 중심”이라고 되받아쳤지만 “너무 튄다”는 메아리가 돌아왔다.

이번 추경예산안 처리 실패는 비판론자들에게 명분을 줬다. 16일 의총에서 그의 사퇴를 주도한 친이계 의원들 대부분은 ‘친이재오계’라는 분석이 있다. 그래서 당내에선 “홍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비주류”라고 자탄할 만큼 홍 원내대표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

이가영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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