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이 무너졌다…키코 공포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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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액 6000억원대의 코스닥 상장 기업이 통화옵션 상품 ‘키코(KIKO)’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의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부품인 백라이트 유닛을 만드는 태산LCD는 16일 서울중앙지법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회생절차란 2006년 이전에 법정관리라고 부르던 것이다. 법원이 이를 인가하면 회생절차가 끝날 때까지 이 회사의 주식 거래가 중지되고 모든 채무는 지급 동결된다. 그동안 영업활동을 유지하면서 회생을 꾀한다.

태산LCD는 지난해 매출 6343억원을 기록한 알짜 중견 기업이다. 대부분의 제품을 삼성전자에 납품하면서 우량기업으로 커왔다. 올 상반기에도 11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올 들어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 거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로 인한 올 상반기 거래 손실은 270억5700만원, 평가 손실은 535억8300만원으로 전체 손실액이 806억4000만원에 달했다.

대기업의 간판 협력업체가 무너지자 중소·중견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키코발 중소기업 부도 도미노의 서막’이란 말도 나온다. 금감원은 키코 상품에 가입한 기업의 평가손실액을 중소기업 8000억원을 포함해 1조700억원 규모로 추정했다. 기업들이 키코에 가입할 당시 원-달러 환율의 변동 범위를 대개 달러당 900원대 초·중반으로 설정했으나 환율이 급등하면서 대규모 환차손이 발생한 탓이다. 이에 따라 일부 중소기업들은 “은행이 키코 상품의 리스크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상품 가입을 유도했다”고 주장하며 ‘환 헤지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조직적으로 대응해왔다.

공대위는 키코 거래가 많은 씨티·SC제일·신한·외환 등 13개 은행에 손해배상 소송을 낼 예정이다. 공대위의 김원섭 부위원장은 “132개 수출 중소기업이 소송에 참여했다”며 “다음달 초께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리 기자

◆키코(KIKO)=환 헤지 통화옵션 상품으로 ‘Knock In-Knock Out’의 약자다. 환율이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계약환율)에 달러를 팔 수 있어 환율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환율이 미리 정한 범위보다 올라가면(Knock In) 약정액의 한두 배를 그보다 낮은 계약 환율에 팔아야 해 손실이 커진다. 환율이 범위 이하로 떨어질 경우(Knock Out)에는 계약이 해지된다. 가령 계약 환율 1000원에 약정액을 10만 달러로 정한 경우, 환율이 1100원을 넘으면 10만~20만 달러를 미리 정한 1000원에 팔아야 해 손실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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