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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경영혁신과 전문경영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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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리엔지니어링.리스트럭처링.다운사이징.벤치마킹.아웃소싱과 같은경영혁신기법은 더 이상 혁신적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었다.민간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기관이나 학교.병원에서까지 각종 혁신기법이 채택되고 있다.지난 여름에는 원주에 있는 모 군부대에 가서 뙤약볕 아래 정복을 입은 군인 3백여명 앞에서 2시간 동안 경영혁신에 대해 강의한 기억이 난다.몇몇 회사는 「경영혁신실」이라는 부서를 따로 만들기까지 하고 있다.이같이 경영혁신이 일상용어가 되어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듯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경영혁신을 약으로 비유해 보자.어떠한 의사라도 감기환자에게 소화제를 내주지는 않는다.그뿐 아니라 현명한의사라면 환자 몸이 얼마나 건강한가를 판단해 감기약의 강도를 조절한다.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 훌륭 한 의사는 그환자가 내일 집에서 쉬어도 되는지,회사에 나가 일을 해도 되는지,아니면 중요한 시험을 치러야 하는지를 파악해 적절한 처방을내린다. 경영자도 마찬가지다.조직이 갖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해 이에 맞는 경영혁신기법을 선정해야 한다.종업원들이 보수적이고 미래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장기전략계획」기법을 써야 하고,의사결정이 지연되고 원가관리가 방 만해지면 「리엔지니어링」기법을,품질관리에 문제가 생기고 고객만족에구멍이 생기면 「전사적 품질경영」기법을 선택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현명한 경영자라면 조직이 어느 정도 탄탄한가를 판단해 같은 경영혁신기법을 적용하는 데서도 그 강도를 조절해야한다.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정 훌륭한 경영자는 조직이 어떤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지 이익극대화인지,시장 점유율 극대화인지,종업원 행복추구인지를 파악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혁신기법의 적용대상을 조정해야 한다.
이뿐 아니다.의사는 감기환자에게 감기약만을 내주지 않는다.감기약 중 대부분에는 해열제가 첨가되어 있고 해열제는 대개 위장장애를 일으킨다.따라서 의사는 감기약에 위장장애를 막아 주는 소화제를 첨가해 조제한다.각 성분간의 비중을 적절 히 유지하는것은 물론이다.
경영자도 마찬가지다.조직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경영혁신기법중에는 눈에 안 보이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들이 흔하다.예컨대 리엔지니어링 기법은 의사결정시간 70% 단축,필요인원 50% 절감 등 겉으로는 획기적인 개선을 가져오는 것 같지만,속으로는 부정방지를 위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노출되고 인력감축으로구성원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등 얼른 눈에 띄지 않는 부작용을 유발한다.
따라서 경영자는 조직이 가진 문제를 직접 해결해 주는 기법만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그 기법이 내포한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다른 기법을 같이 써야 한다.
또 여러 가지 기법을 같이 쓰는 경우에는 그 순서와 시간차,법간의 경중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리엔지니어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다운사이징 기법을 도입해 효율적인 정보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관리체계에 만전을 기하고 리 스트럭처링을채택해 신규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잉여인력을 흡수해야 한다.
이렇듯 기업을 사람 몸에 비유한다면 경영자는 의사이고,조직이가진 문제는 병이며,경영혁신기법은 약에 해당한다.잘못 사용된 약이 부작용을 유발하는 것처럼 경영혁신기법도 잘못 적용되면 더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기업을 관찰해 보면 한가지 경영기법만으로 회사가가진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다는 만병통치형 경영자가 있는가 하면,비타민은 여러 종류를 많이 먹을수록 좋다며 각종 혁신기법을 부지런히 다 써 보는 종합비타민형 경영 자가 눈에 띄기도 한다.그러나 각각의 경영혁신기법은 만병통치약도 아니고 종합비타민도 아니다.현명한 경영자가 이를 적절히 선택하고 조합해실행에 옮길 때 비로 그 효과가 나타날 뿐이다.
경영혁신은 이제 경영자의 핵심과제가 되었다.경영자는 각종 경영혁신기법을 자유자재로 다뤄 가면서 조직의 병을 고치고 튼튼하게 키우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
조동성 서울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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