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오대산 소금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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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전국 유명산에는 그곳을 대표하는 터줏대감들이 있다.북한산의 이영구(李永九.65.백운산장)씨를 비롯해 설악산의 유창서(柳昌瑞.59.권금성산장).이경수(李慶洙.57.수렴동산장),지리산 함태식(咸泰湜.69.피아골산장).민병태(閔丙台. 43.치밭목산장),덕유산의 허의준(許宜俊.67.향적산장),오대산의 김영복(金英福.41.청학산장).성양수(成量洙.45.노인산장)씨등이 짧게는 9년에서 길게는 2대에 걸쳐 산장을 지키고 있다.
산을 웬만큼 다닌 산악인들이라면 이들을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긴 머리칼과 수염을 길렀기 때문에 그들을 「산신령」이라고도 부른다.나이에 비해 맑은 눈동자를 갖고 있다.이들이 세속과 동떨어진 이야기의 보따리를 푸는 날이면 산중의 밤도 짧게만 느껴진다. 성양수씨도 올해로 10년째 노인봉을 지키고 있다.성씨는수년전 눈내리던 겨울 저녁 소금강이 강(江)인줄 알고 찾아온 여대생 2명을 구조했다.이것이 인연이 돼 결혼까지 했다해서 유명인사가 된 노인봉의 젊은 노인(?)이다.
노인봉(1천3백38)은 오대산국립공원의 동대산(1천4백33)과 황병산(1천4백7)사이에 있는 봉우리다.등산객들은 가을과 겨울에는 비로봉을,여름에는 청학동 소금강을 많이 찾는다.
기암괴석이 그 자태를 뽐내며 계곡을 따라 이어진 소금강은 금강산의 축소판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지난 91년 월정사입구에서 주문진으로 이어지는 국도 6호선이 개통되기 전만해도 진고개~노인봉~소금강코스는 2시간정도의 보너스산행(월 정사~동대산~진고개)을 해야 했던 지루한 코스였다.지금은 승용차가 해발 9백의 진고개까지 오르기 때문에 산행하기가 쉬워졌다.
노인봉까지의 등산로는 약간의 가파른 곳만 지나면 1시간30분정도 소요되는 걷기 쉬운 코스다.노인봉산장에서 청학동계곡의 끝지점인 낙영폭포까지는 노인봉 최대의 급경사를 이루는 1.5㎞의등산로다.계곡물은 바위를 껴안고 돌며 수많은 소 를 만들고 10여 절벽아래로 떨어지면서 탕을 이루며 낙영폭포에서 무릉계까지20리길을 흘러 동해로 들어간다.낙영폭포.삼폭포.백운대를 지나면 주왕산의 시루봉과 흡사한 괴면암,암괴에 구멍이 뚫려 이름붙여진 일월암,촛대봉등 기암괴석이 어 우러진 만물상에 닿는다.
찌를듯이 높게 솟은 바위에 있는 노송과 시원한 물소리에 심취하다 보면 시간가는 것도 잊게 된다.쉬엄쉬엄 2시간 남짓 내려오면 오른편으로 청학동 소금강 제1의 자연미를 자랑하는 구룡폭포가 발길을 멈추게 한다.1백50거리에 9개의 폭 포가 5~20의 높이에서 물보라를 날리며 떨어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시원해진다. 선녀탕.구룡폭포.청심대.세심폭포.십자소를 지나 무릉계까지 총산행시간은 여유있게 걸어도 6시간이면 충분하다.
노인봉=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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