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대목 장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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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호 02면

추석 대목장입니다. 장마당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 그렇다고 하지만 지금의 이 모습 또한 시간이 흐르고 나면 또 예전 같지 않다는 말로 추억거리를 삼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 구례 장터의 의 시끌벅적함이 그립습니다.

“할머니 어디서 오셨어요?” “강 건너 마산면에서.” “아침 첫차 타고 오셨어요?” “아니, 나는 차도 못 타서 걸어왔어.” “걸어오셨다고요?” “저거(할머니 뒤에 있는 유모차) 끌고 왔어. 그 앞에 있는 도라지 사 가. 10년 된 거야.” “10년이나 됐어요?”

“그건 약이야 약. 담배 피워 생긴 천식에는 최고야. 대목장에 팔려고 아껴 두었던 거야. 빨리 팔고 나도 장 보고 가야지.” “할머니도 장 보시게요?” “그럼, 생선이랑 단감 사 가야 하는데. 어서 가 손님 좀 데려와. 빨리 팔고 가게.”

할머니들과 같이 쭈그려 앉아 나눈 이야기가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그래서 장날은 즐겁습니다.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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