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과 함께 걷는 서울성곽 한바퀴 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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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문~서울복지재단~인왕산 산책로~창의문

서울성곽의 서쪽 문, 그래서 흔히 ‘서대문’으로 불리는 돈의문은 태조 5년(1396)에 사직단 부근에 세워진 서전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도성을 고치면서 문의 위치를 남쪽으로 옮겨 세종 4년(1422)에 현 지점인 서대문 마루턱에 돈의문을 세웠다. 돈의문은 새로 세운 문이라 하여 ‘새문’ 또는 ‘신문’이라고도 하였다. 조선시대 500년간 중국과 통하는 관문이었던 돈의문은 1915년 일제의 도시계획에 따른 도로확장 공사로 철거됐다. 일제는 돈의문을 철거하고 돈의문 목재와 기와를 일반에 경매하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표지석만 남아있던 돈의문 터는 지난 2007년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통해 ‘보이지 않는 문’ 이라는 하나의 조형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돈의문 터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경희궁이, 왼쪽으로 가면 서대문 지하철역이 나온다.

서울성곽의 흔적을 찾아 돈의문 터에서 강북삼성병원 옆 송월길로 들어선다. 강북삼성병원 안 응급센터 옆으로는 김구 선생이 환국하여 집무실 겸 숙소로 거처하다가 안두희의 총탄에 돌아가신 경교장(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9호)이 있다.

경교장을 나와 250m쯤 더 들어가면 서울시교육청과 서울복지재단이 연이어 나오는데 그 담을 따라 곳곳에서 서울성곽근린공원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서울복지재단 안쪽의 축대에서는 서울성곽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서울복지재단 안쪽으로 보이는 서울성곽.

서울복지재단을 지나면 바로 구세군영천교회와 홍난파 가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하나 보인다. 그 이정표를 따라 우측 언덕길을 올라가면 등록문화재 제90호인 홍난파 가옥이 나온다. ‘봉선화’, ‘고향의 봄’ 등을 작곡한 홍난파가 기거했던 이 서양식 주택은 한눈에 봐도 붉은 벽돌 건물과 뾰족지붕이 시선을 끈다. 붉은 벽과 어우러진 초록빛의 담쟁이 넝쿨은 예스런 풍치마저 더한다. 홍난파 가옥 옆으로는 구세군영천영문이 자리하고 있다. 홍난파 가옥까지 이어지는 언덕길 역시 우측으로 서울성곽근린공원 조성공사가 한창이다. 올 12월까지 계속된다.

홍난파 가옥

구세군영천영문을 지나 가락어린이집 갈래길에서 우측으로 올라가면 길 끝 좌측 코너에 청우빌라6차가 나오는데, 여기서 좌회전하여 송월2길을 따라 올라가면 사거리가 나온다.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사직공원으로 이어지고, 위쪽의 할머니슈퍼 옆으로는 끊어졌던 성곽과 더불어 역사탐방길이 시작된다.

인왕산 서울성곽 구간, 역사탐방길

역사탐방길을 따라 복원된 성곽은 인왕산 정상을 지나 북서문인 창의문(자하문)으로 연결된다. 여기서부터는 암문을 통해 성곽 바깥 길과 안쪽 길을 다 걸어볼 수 있다. 요즘과 같은 때라면 지는 계절과 피는 계절을 한꺼번에 만끽하며 걸을 수 잇을 것이다. 성곽 안쪽 길은 과거 군사통제구역으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됐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일반인 출입이 가능하다. 햇빛을 피해 성곽 안쪽 길을 따라 100m쯤 올라가면 왼쪽으로 암문이 하나 나오고, 오른쪽으로는 북악산과 청와대, 경복궁은 물론 멀리 남산타워까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조망명소’가 나타난다.

경관조망명소에 서니 저 멀리 청와대가 보인다.

수풀로 둘러싸인 성곽 안쪽 길

경관조망명소에서 한숨 돌리고 성곽을 따라 더 올라가니 인왕산길 도로와 만난다. 성곽은 도로 위에서 인왕선 능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더 이상 올라갈 수는 없다. 올 12월 말까지 성곽복원공사로 인해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표지판의 안내에 따라 인왕산길 도로로 우회할 수밖에 없다.

인왕산길 도로를 따라 우측 방향의 창의문(자하문)까지는 약 2km, 좌측 방향의 독립문공원까지는 약 1.5km에 이른다. 다행히 차도 옆으로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보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산책로 곳곳에는 인근 지역 주민들을 위한 체육 시설이 마련돼 있고, 경찰과 군 초소도 배치돼 있다.

인왕산길 산책로

인왕산길 도로로 우회하여 약 1시간쯤 걷다보면 청운공원 위쪽으로 다시 성곽을 찾아볼 수 있다. 청운공원으로 들어와 정자로 된 조망 포인트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쉬어가면 좋다. 청운공원 위로 보이는 성곽은 곧 인왕산도로 철문에서 끊겼다가 오른쪽 방향의 창의문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도 곧 자하문고개에서 끊겼다가 길 건너 창의문에 이르러서야 북악산 능선으로 이어진다.

성곽 너머로 보이는 북악산 자락. 길 건너로 창의문이 자리하고 있다.

워크홀릭 담당 기자 최경애 doongj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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