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여행>할리우드 나이트메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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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처음엔 미약한 세력에 지나지 않던 클래식 스타일의 영화음악이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은 부동의 베스트셀러인 『불멸의 연인』(소니)과 마이클 니만의 『피아노』(EMI)덕택이었다.불과 몇년 사이의 일이다.
이처럼 사운드트랙 음반의 가치에 눈을 뜬 음반사들은 배합과 포장을 달리해 영화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한다.할리우드 보울 오케스트라의 『할리우드 나이트메어』는 그런 와중에 각별히 「무서움증」에 초점을 맞추었다.
일종의 납량물이라 불러도 좋을 이런 음반들은 이미 여럿 나와있다.열대야가 기승을 부릴 8월에 소개하면 제격일 『칠러』(텔락),『클래식 크리피스』(텔덱),『공포의 밤』(소니)등 제목부터 소름이 돋는다.따지고 보면 공포영화 비디오를 즐기는 것이나이런 음반을 찾는 심리가 매한가지가 아닐까.『할리우드 나이트메어』의 강점은 구성에 짜임새가 있다는 것.지휘자 존 모세리는 프란츠 왁스만의 『선셋 블루바르』나 미클로스 로자의 『마법』등아카데미 음악상에 빛나는 공포음악 의 고전을 잊지 않음으로써 이 음반의 「품격」을 유지했다.그렇다고 대중적인 곡들,이를테면존 윌리엄스의 약간은 낙천적인(?)『주라기 공원』이나 후텁지근한 욕망의 변주곡이었던 존 배리의 『보디 히트』등을 덜어낸 것도 아니었으니 어지간 히 신경을 쓴 셈이다.
캐서린 터너의 벗은 몸보다 그녀가 온몸에 끼얹곤 했던 얼음조각의 냉혹한 소름돋침이 기억에 남았던 『보디 히트』는 분명 매력적인 곡이다.그러나 이 「악몽」 음반의 진수는 영화 『오멘』의 테마.산 사람을 바치는 제의에 참가한듯 으스한 합창곡이 전편을 휘감는다.
서동진 (음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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