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구글이 바꾸는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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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창립 10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어제 야심 찬 구상을 발표했다. 인터넷에서 소외된 세계 30억 인구에게 무선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구촌의 디지털 격차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것이다.

적도 주변 상공에 16기의 저궤도 인공위성을 띄워 아프리카·동남아·중동·중남미 등 상업적으로 초고속 유선 인터넷망이 보급되기 어려운 지역을 무선 인터넷이 터지는 핫스팟(hot spot)으로 바꾼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골자다. 구글은 유럽 최대 케이블TV 그룹인 리버티 글로벌 등과 함께 7억5000만 달러를 투자, 2010년까지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하고, 장비 발주까지 마쳤다.

세계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인터넷 소외 계층을 네티즌으로 끌어들이는 혁명적 구상은 세계 정부가 존재한다면 마땅히 세계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유엔도 못하고, 미국도 못하는 일을 구글이 하겠다는 것이다. 구글의 구상이 실현되면 고립과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수많은 개도국 주민이 지식·정보의 유통과 의사표현의 장(場)인 웹 공간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이들의 경제적·문화적 기회가 획기적으로 증대될 전망이다.

“매일같이 생겨나는 지구상의 방대한 정보를 모두 정리해낸다”는 모토 아래 1998년 창립된 구글은 이미 세계 정부의 기능을 하고 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가동되는 30만 대의 컴퓨터가 시시각각 바뀌는, 모든 언어로 된 전 세계 인터넷상의 정보를 자동적으로 끌어 모아 그 의미와 비중, 정보 간의 상호관계 등을 분석해 찾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2인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구글이 10년 만에 시가총액 15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것은 모든 참여자에게 기여한 만큼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게 한다는 나눔과 공유의 기업정신을 실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개도국의 30억 인구에게 접속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구글의 새로운 도전은 베풂을 통해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21세기형 기업문화의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