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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칼럼>자생식물 보호에 눈돌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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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최근들어 산악인들 사이에 「꽃산행」이 성행하고 있다.자생식물에 대한 지식을 넓혀주고 환경보호의식을 높여주는 동시에 등산도겸하기 때문에 일석삼조 효과를 준다.
그동안 우리는 자생식물에 관한 무지때문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희귀식물을 마구 채취해 왔다.그 결과 솜다리(일명 에델바이스).삼지구엽초 등 식물은 멸종위기에 놓이게 됐다.산악인들이 알고있는 자생식물의 지식이라야 참나물.취나물.당귀.솜 다리.원추리.만병초 등 식용식물과 버섯 몇종류에 불과하다.가을철 암릉 종주중 자주 볼 수 있는 쑥부쟁이나 산구절초를 들국화나 산국화로잘못 알고있는 산악인도 있다.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설악산.지리산.덕유산 등지에는 식물자원의 보고라 할 만큼 많은 종류의 고산식물이 자생하고 있다.한반도의 자생식물은 그 수가 3천종을 헤아린다.특히 점봉산은 한국 고유식물 36종을 비롯해 8백여종의 식물이 자 생하고 있어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자연환경 보존지역으로 선정했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설악의 암릉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솜다리는 액자속에 끼워 판매하는 상인들 때문에 수난을 당했다.삼지구엽초는 정력강장의 뛰어난 약효가 있다는 소문으로 멸종상태에 놓이게 됐다.이에따라 최근 설악산지역에서는 「연잎 꿩의다리」「꿩의 다리아재비」등 가짜 삼지구엽초가 고가로 팔리고 있다.「연잎…」나 「꿩의…」는 지난 93년 특정 야생식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는 식물로 유독성 알칼로이드성분이 추출됐다는 학자들의 보고가 있어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판 매가 근절돼야 한다. 연분홍 꽃이 피는 얼레지는 봄을 대표하는 식용식물이다.산지가격이 ㎏당 7천원을 호가하자 상인들은 점봉산에 수십개의 가마솥과 건조대를 설치해놓고 얼레지를 대량 채취했다.얼레지는 봄철에 순을 자르면 곧 죽는다.씨가 땅에 떨어져 개화하 기까지 7년 걸린다.최근에는 회원까지 모집해 마구잡이로 산나물을 채취해앞으로 얼레지를 보기가 더욱 어려울 것같다.
자생식물은 낯선 곳을 산행할 때 등고.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된다.1천급 능선에는 산오이풀,1천2백이상 표고에는 주목.자생잣나무.분비나무.두루미꽃.만병초.자작나무 등이 자란다.또한 고마리풀.줄딸기.칡.꿀풀.낙엽송.찔레꽃 등이 서식 한다면 촌락이가까이에 있다고 생각해도 틀림이 없다.이렇듯 고도계가 없더라도식물분포를 알면 현재 위치를 어림잡을 수 있어 산행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난 4월 중앙일보에서 벌인 「깃대종 살리기 캠페인」은 이러한 의미에서 생태계 보전은 물론 산행에 도움을 주는 자생식물의보호차원에서도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용대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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