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출산을 하고 몸조리를 위해 한달 남짓 친정에 머물렀다.119 긴급 구조대같은 친정 어머니 덕분에 웬만큼 회복이 되어 돌아올 준비를 했다.그런데 그때부터 슬슬 딴마음이 들기 시작하는 거였다.
「이 물컵은 색상이 참 독특하네」「웬 손수건이 포장도 뜯지않은 채 이리도 많담」「베란다 분재들이 물이 올라 오동통하니 난리가 났구만」 등 한마디로 남의 떡에 더 눈이 가는 심사였다.
평소에도 들락거리며 쓸만한 것은 다 집어오곤 했었 는데….
『이 컵들은 어디서 샀어요.다 고만고만한 철쭉들을 뭐하러 저리 모아뒀어요』하고 바람을 잡으니 어머니가 『아서라,그냥 관심꺼줬으면 좋겠다』고 하신다.어머니의 방어가 만만찮다.드디어 돌아오는 날 읽고 돌려주겠다며 자연스레 책 몇권을 가방에 넣자 어머니는 『그렇게 해서 돌아온 책 한권도 없다』며 맞받아치셨다.내가 자꾸 베란다 쪽 문을 여닫으며 힐끗거리는 것을 보곤 『애꿎게 찬바람을 왜 자꾸 쐬니』라며 야단치시고는 이내 『어느 걸로 가져갈래』하고 물으셨다.
임무완수한 사람처럼 집에 돌아와 뿌듯한 마음으로 가져온 물건을 하나하나 정리해 놓고나니 그제서야 조금 미안해졌다.필요한 것 못살 형편도 아닌데 왜 그렇게 친정에만 가면 그냥 오기가 허전해지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그래서 딸을 도둑 이라 하나보다. 왠지 선뜩 내켜 하지 않아 보였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라마음이 새침해져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엄마,생각해보니 나무 잘 키울 자신이 없어요.내일 박서방 편으로 다시 보낼께요』라고 했다.그랬더니 어머니는 『2~3일에 한번씩 물 만 주면 돼.그건 처음부터 너 주려고 했던 거야.우리집에 있던 물건들을너네 집에 가서 다시 보면 낯설지 않고 마음 편해서 좋아』하시는 것이 아닌가.별안간 코끝이 찡해져왔다.애를 둘씩이나 낳았어도 부모 마음 이해하려면 아직 멀었나보 다.
강민욱 경남진해시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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