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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하 기자의 주주클럽] 주식을 ‘바닥’에 사겠다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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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문제: 다음 두 지문을 읽고 각각 느낌을 말해 보세요.

① 지난해 11월 55만원이던 현대중공업 주가는 현재 22만원 선이다. 실적이 좋아졌는데도 주가는 반토막 밑으로 떨어졌다.

② 현대중공업 주가는 지난해 1월 12만원대였다. 지금은 22만원 선이다. 실적이 좋아졌고, 등락이 심하긴 했지만 주가도 80% 넘게 뛰었다.

첫 지문을 읽으면 주가가 지나치게 싼 것 같다. 그런데 둘째 것을 보니 웬만큼 오른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 컵에 담긴 물을 볼 때 느끼는 것과 똑같은 이치다. 같은 양의 물을 놓고 어떤 이는 이제 반밖에 없다고 하지만, 다른 이는 아직도 반이나 남았느냐고 한다.

하락장의 투자자에게는 미련이 남는다. 주가가 최고점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만 보이고, 최저점에서 어느 정도 뛰었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너무 빨리 지금이 바닥이라고 단정 짓고 시장에 뛰어든다. 바닥인 줄 알았던 주가가 지하실로 내려가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는 종종 “거리에 피가 철철 넘칠 때가 돈을 벌 기회”라고 말했다. 주식이 딱 그렇다. 성급히 바닥을 점치고 투자한 사람까지 줄줄이 손해를 보고 나야 진짜 바닥이란 얘기다.

국내 금융사 직원 A씨는 개인적으로 미국 주식에 직접 투자한다. 그는 올해 2월 미국 금융주를 사려다 마음을 바꿨다. 워낙 많이 빠져 바닥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부실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말에 흔들렸다. 대신 안정적이고 배당을 많이 주는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주식을 샀다. A씨는 주당 44달러에 샀던 이 주식을 이달 초 47달러에 되팔았다. 그간 환율이 뛰어 생긴 차익까지 더하면 30% 가까운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지나고 보니 미국 금융주는 그때가 바닥은커녕 추락의 한가운데였다.

지금 주식을 사지 말란 얘기가 아니다.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를 뚫고 올라간 지난해 10월에 비하면 주식 사기가 훨씬 좋은 시점이다. 다만 지금이 바닥이니 머잖아 급등할 거란 생각에 주위 사람들 돈까지 끌어다 덤볐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위원은 이번 하락이 ‘이중 바닥’을 그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일단 바닥을 찍은 다음 그간 지나치게 떨어진 종목들이 반발 심리로 오르다가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주도주가 분명해져야 진짜 바닥을 탈출할 수 있다는 거다. 복잡한 이야기 다 떠나서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지금 여의도 증권가에 피가 철철 넘치고 있는가.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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