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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프리즘>군복무 마치고 연예계 복귀 이정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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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이정재(24)가 돌아온다.오는 27일.방위병으로 입소한지 1년6개월만이다.그의 연예계 복귀는 숱한 제작.연출.기획자들을 몸닳게 만들었다.여기저기서 출연 요청이 몰린다.담당 매니저는 어떤 곳을 택할까,어떻게 하면 기분 나쁘지 않게 거절하나,행복한고민을 하고 있다.이제까지 일반 연예인에게 군입대는 사형선고와같았다.징병 기피를 위해 가짜로 미친 체하고 무릎뼈를 수술,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연예인들도 있었다.잊혀지기 싫었기 때문이다.「군입대=잊혀진 스타」란 등식 은 이정재 이전 연예가의공식이었다.그러나 이정재 이후 이 공식은 더이상 참명제가 아니게 됐다.그가 떠난 자리가 커다란 공백이 되고 그가 돌아온다는단순한사실 자체가 이벤트가 되는 스타.「세기의 터프 가이」를꿈꾸는 이정재의 귀환 보고를 들어본다.
[편집자註]D-3.이정재는 두렵다.
스타트 라인 앞에 선 종마처럼 그의 혈관은 팽팽히 긴장해 있다.사흘 뒤면 그에게 더이상의 자기 시간은 없다.그의 제대만을기다려온 사람들 때문이다.광고 촬영.방송 출연.두편의 영화.사진집 제작까지 이어지는 스케줄은 최소한 연말까지 그에게 반나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군생활 1년반.나름대로 최선을다해 몸을 만들고 부족한 연기를 익히고 어학공부도 했다.특히 제대를 앞둔 몇달간은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그를 기다려온 팬앞에 보다 성숙한 모습 으로 다가서고 싶어서다.
『큰 연기를 해내는 연기자로 불리고 싶습니다.일단 10년을 목표로 세웠습니다.』 지금은 특히 연기의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내 안에서 폭발하는 뭔가를 지니고 그것을 카메라 앞에서마음껏 쏟아내고 싶다.그러나 아직은 그런 연기를 자유자재로 풀어내지 못한다.다른 사람이 뭐라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기.그곳 에 서는데 그는 10년 인생을 걸기로 했다.그 출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와 있는 것이다.
그는 곧 「불새」가 된다.출세만을 좇아 살다 결국 자신마저 사르고마는 야망의 남자.군시절 예약됐던 영화 『불새』(김영빈 감독)의 김영후역이다.8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이 영화에서 그는 2억원의 개런티를 받는다.
같은 달 그는 냉혹한 테러리스트로도 변신해야 한다.드라마 『모래시계』로 인연을 맺은 김종학 감독의 첫 영화 『쿠데타』에서반정부세력의 요인 암살 전문 청부업자역을 맡았기 때문이다.이 영화에서도 그는 2억원의 개런티를 받는다.
두편의 영화를 동시에 출연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자칫어느 한 작품에 치우치거나 비슷한 연기를 해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김영후역은 감각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쿠데타」에서는 격렬한 액션과 선이 굵은 연기를 펼쳐 보일 생각입니다.』 만반의 준비가 된 상태라는 얘기다.한편에서는 퇴폐적일 정도의 세련미로,다른 한편에서는 몸서리칠정도의 냉혹함으로 연기 자체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웬만큼 자신감도 있다.일단 작품 선정부터 수십편의 시나리오중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골랐다.영화 촬영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드라마 출연도 자제하기로 했다.
매일 2~3시간씩 운동을 통한 몸 만들기도 순조롭다.드라마 『내일은 블루』 등에서 보여준 역삼각형의 다부진 몸매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그보다 더 세련된 「완성품」을 과시할 만하다.부족한 연기력 보충도 열심히 했다.
***드 라마 『남자는 외로워』 촬영을 통해 친해진 20년 경력의 연극배우 출신 김학철씨에게 밑도 끝도 없이 매달렸다.『형님,연기 좀 가르쳐주세요』 소리에 사람좋은 김씨가 즉석에서 응낙,지난해 11월부터 그에게 스파르타식 연기 강의를 해오고 있다.내로라하는 실전 배우들이 가득한 연극판에서도 선굵은 성격연기라면 첫손가락을 꼽는 연기자인 김씨에게서 받은 수업 효과는벌써부터 알만한 사람들의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다.이 정도면 적당히 만족스러울만도 하지만 정작 이정재 본인은 성에 차지 않는다. 『「모래시계」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그때 연기는 60점 정도였습니다.최소한 80점짜리 연기는 해내고 싶습니다.하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노력한 만큼 점수를 받는다면 80점이야 나오겠지만 연기자의 욕심은 늘 1백점에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모래시계』 출연으로 그는 인기의 정점에 섰고 곧바로 군에 입대했다.그의 운명을 한순간에 돌려 놓은 『모래시계』는 작품과역할이 워낙 그와 맞아떨어진 드라마였다.자신의 힘만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은 아니라는게 스스로에게 남아있는 앙금이다.이번두편의 영화는 그런 앙금을 씻는 좋은 기회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제대 직후 그는 각 방송사의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팬들에게 먼저 인사할 계획이다.그 직후 7월4일엔 파리로 출발한다.
7월말까지 세계 곳곳을 돌며 영상 화보집을 내기 위해서다.김중만.조남용.조세현.김영호.최영돈씨 등 국내 유명 사진 작가들이그를 피사체로 담는 작업에 흔쾌히 동참했다.프랑스 작가 루이와미국 뉴욕의 주목받는 신예작가 조지프 코튼도 합류한다.니스.암스테르담.피렌체.로마.시칠리아.베네치아.뉴욕.하와이.도쿄 등 세계를 한바퀴 돌며 촬영할 계획이다.출 간은 11월중.누드사진을 포함한 이 화보집은 세계 시장을 겨냥한 홍보 전략의 일환이자 본격적인 연기에 들어가기전 정지작업이다.
***틈 틈이 두편의 광고에도 출연한다.각각 3억원씩의 출연료를 받기로 했다.영화 두편 출연료를 합하면 제대하자마자 최소10억원을 벌어들이는 셈이다.하지만 정작 본인은 전혀 돈에는 욕심이 없다고 털어놓는다.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입은 어머님에 게가게 하나 차려드린 것을 빼면 달랑 몰고 다니는 1천6백㏄ 국산 승용차 한대가 전부란 것.데뷔 시절부터 상대역이 마음에 안들거나 내용이 성에 안차면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가차없이 광고 출연 제의를 거부하는 성격이었다는 게 주 변의 귀띔이다.
각진 턱선에 미소년을 연상케하는 얼굴과 근육질의 몸매,클린트이스트우드와 제임스 딘을 합성해 놓은 듯한 분위기.『모래시계』의 김종학PD는 「영혼까지 맑게 해주는 눈빛의 카리스마가 독보적」이라고 이정재를 평했다.눈빛과 분위기만으로도 이정재는 「금세기엔 다시 없을 물건」이란 게 연예가의 중평이다.여기에 연기력이란 살을 얼마나 붙여 나갈 수 있을 것인가.이정재는 지금 그것만을 생각한다.그것이 두려움과 각오를 동시에 담은채 군대밖의 세상을 뚫어져라 응시하는 그의 시선에 깃들인 의미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까지 가보고 싶습니다.연기를 통해 닿을 수 있는 종착역까지 말입니다.』 이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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