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신인문학상] 소설, 질·양적으로 ‘충실한 준비’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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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지망생들이 흘렸을 땀 한 방울 한 방울에 일일이 박수를 보냅니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한 중앙신인문학상의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습니다. 시 913명, 단편소설 656명, 평론 41명 등 총 1610명, 모두 5000편을 훌쩍 넘는 응모작이 도착했습니다. 예심은 3일 중앙일보 본사에서 열렸습니다. 중앙신인문학상은 1966년 출범한 신춘문예를 2000년부터 확대·개편하면서 공모시기를 연말에서 8월로 앞당겼습니다. 이로써 중복 투고를 피하며, 연말에 이뤄지는 여느 신춘문예의 가늠자도 되어왔습니다. 중앙일보는 소설가 오정희·박범신, 시인 김명인·황지우·나희덕, 평론가 김치수·권영민·최동호·이광호 등 걸출한 문인들을 내놓았습니다. 그 맥을 잇기 위해 도전한 응모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중앙신인문학상 예심위원들이 원고를 보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윤성희, 권여선, 권혁웅, 박성원. 뒷줄 왼쪽부터 김영찬, 이기호, 강정.  [최승식 기자]


◆80년대생 예비 시인 러시=시 부문 예심은 시인 김선우(38·96년 등단) 강정(37·92년 등단)씨와 시인 겸 평론가인 권혁웅(41·96년 등단)씨가 맡았다. 시는 지난해보다 100명 가까이 응모자가 늘었다. 올해는 80년대생 지원자들이 주류를 점했다. 강정 시인은 “수준 높은 80년대생이 많아 70년대생만 해도 나이가 들어 보이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선우 시인은 “지난해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작위적인 실험을 펼친 작품들이 많았는데 유행에 휩쓸린 듯 그런 경향이 사라져 한편으론 아쉽다”며 “그럼에도 수준작은 분명히 있다”고 평했다. 권혁웅씨는 “문화 아카데미에서 배운 듯한 천편일률적인 지원작들은 많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소설, 유머 없는 사회 분위기 반영=단편소설 부문 예심은 소설가 권여선(43·96년 등단)·박성원(39·94년 등단)·이기호(36·99년 등단)·윤성희(35·99년 등단)씨와 평론가 김영찬(43·2003년 등단)씨가 맡았다. 소설 지원자는 200명 가량 줄었다. 그러나 한 사람이 두 편 이상씩 묶어 응모한 사례가 많아 작품 편수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박성원씨는 “질적·양적으로 준비된 지원자들이 대부분이며, 터무니없는 작품을 써내는 허수 지원자는 거의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김영찬씨는 “30대 후반 4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응모자들이 많았다”며 “가족해체를 다룬 작품이 많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침울해 우울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권여선씨는 “전반적으로 고른 수준을 보여 어디 내놓거나 뽑혀도 손색없는 작품들이 많았다”며 “유머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훈 분석한 평론이 많아=평론은 김영찬·권혁웅씨가 맡았다. 평론 응모작은 지난해의 2배로 늘었다. 소설 평론은 질적으로도 좋아졌다. 김영찬씨는 “자기가 할 말을 가지고 있는 지원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혁웅씨는 “시 비평의 경우 주제를 나열하면 평론이 되는 줄 착각하는 글이 많아 아쉬웠다”고 평했다. 내용상으론 소설가 김훈을 분석한 글이 가장 많았다. 소설가 박민규, 시인 김행숙·김선우를 다룬 작품이 뒤를 이었다.

본심은 9월 중순께 열린다. 당선 작품이 확정되면 당선자에게 개별 통보를 하고, 본지 창간기념일인 9월 22일즈음 발표한다. 당선자에겐 등단 자격과 상금(소설 1000만원, 시·평론 각 500만원)을 수여한다. 시상식은 10월 24일 미당·황순원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열린다. 중앙신인문학상은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LG그룹·중앙m&b가 후원한다. 

이경희·임주리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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