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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내달 막내리는 '불좀 꺼주세요'여주인공 이동희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92년1월 대학로에서 초연돼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장기공연을 지속해온 연극 『불좀 꺼주세요』(이만희 작.강영걸 연출)가오는 7월7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중년 남녀의 사랑 얘기로 자아의 분신기법을 쓴 독특한 형식으로 관심을 모은 『불좀…』는 94년 관객 20만명을 돌파하고 서울 정도(定都) 6백년 기념 타임 캡슐에 소장되는 등 숱한 화제를 뿌려온 작품.폐막을 앞두고 이 무대에서 여 주인공 박정숙 역을 맡아 『불좀…』의 무대를 꾸준히 지켜온 배우 이동희(41)를 만나봤다.
『배역을 3년 가까이 한 셈이니 정말 오래 했지요? 최근에도감기가 3개월째 떨어지지 않을 만큼 지쳤지만 막상 막내린다고 생각하니 후련함과 서운함이 교차하는 기분입니다.』 『불좀…』가공연된 것은 3년6개월.이중에서 그는 92년1월부터 94년4월,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 총 2년8개월동안 주역을 맡았다.
『무대 경험을 통해 객석의 분위기와 관객이 보내는 박수의 「종류」를 분간하게 됐다』는 그는 『청년층은 유머에 민감하고 재미를 중시하는 반면 중년층은 반응은 느리지만 관람 분위기가 매우 진지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그는 『중년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 만큼 중년 관객이 많을수록 작품의 주제가 묵직하게 전달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덧붙인다.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미완성의 인간」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한다.『94년 공연을 마쳤을 때 제가 보여줄 것 은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어요.그래서 올해 재공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처음엔 거절했죠.
그런데 다시 무대에 서보니 그게 아니예요.부족하다고 느끼는 연기는 더 나아지기도 하고 하루하루 또 달라지더군요.』 무대에서어둡게 가라앉은 분위기의 주인공을 섬세하게 표현해냈던 그는 그러나 실제론 이와 반대로 매우 직선적인 성격의 소유자.
『폐막을 앞두고 과연 어떤 작품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설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다』는 그는 『작가 최인훈씨의 작품처럼 문학성 짙고 감동있는 연극무대에 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이은주.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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