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 일산쌀의 경쟁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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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의 계절이다. 여름내 영근 알곡은 곧 황금벌판을 이루고 맛깔스런 햅쌀을 선뵈게 된다. 고양시의 브랜드 쌀 ‘석기시대 일산쌀’도 수확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고양시 쌀 연구회’소속 농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생산한 최고 품질의 우리지역 쌀이다.

62개 농가로 구성된 ‘고양시 쌀 연구회(회장 이형림·이하 연구회)’는 경기도 내 쌀연구회 중 최대 규모의 쌀 가공시설을 갖췄다. 지난 2002년 12명의 회원이 사비를 털어 일산서구 구산동 1908-1번지 일대에 시설을 세웠다. ‘최고 품질의 우리지역 쌀’을 만들고자 한 지역 농가들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다양한 친환경 농법을 시도한 성과는 이듬해부터 나타났다. 경기도 농업기술원이 주관한 경기도 미질 품평회에서 2003년부터 3년 연속 최우수상과 대상을 휩쓸었다. 지난해에는 회원농가의 농지 41만6115㎡(12만5874평)이 국립농산물 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농산물 인증을 받기도 했다. 연구회가 생산해 판매하는 쌀은 ‘석기시대 일산쌀’이란 이름으로 고양하나로마트와 신라호텔, 학교급식 등에 공급되고 있다.

연구회 김수영(48) 총무는 “최신 가공시설을 이용해 건조·저장·도정·출허를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친환경 농법을 도입해 완전미 비율이 최소 92% 이상인 상품쌀만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시에서 생산되는 전체 쌀의 양은 약 1만톤. 이중 3500t 정도가 연구회 소속농가에서 나온다. 1일 20t을 도정할 수 있는 연구회 가공시설은 색체분리기, 입형분리기 등 최신 장비를 갖춰 과학영농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매년 국내외 농가들의 견학과 벤치마킹이 끊이지 않는다고. 저장온도를 영상 15~17도로 유지하는 저장시설인 상온통풍 건조기는 1년 내내 햅쌀 맛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좋은 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회원농가들은 수시로 타 지방자치단체의 공동재배단지를 찾아 새 기술을 도입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역적인 특성도 좋은 쌀의 생산을 가능케한 요인이다. 김 총무는 “고양지역은 5000여년 전의 볍씨가 발견된 한반도 최초의 벼농사 지역”이라며 “그만큼 벼농사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를 갖춰 쌀의 품질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회는 회원 농가의 소득에 보탬이 되기 위해 타 기관의 수매가보다 높은 가격에 쌀을 구입하고 있다. 연구회의 이런 방침은 수매가 하락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도 하고 있다. 연구회 김문년(49) 이사는 “연구회가 적정 수매가를 유지하기 때문에 다른 수매기관이 가격을 낮추기가 어렵다”며 “농민 스스로가 농업인의 권익을 위한 시장 견제기능을 갖추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연구회가 생산하는 쌀의 가격은 타 지역의 유명 브랜드 쌀에 비하면 조금 낮고,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적인 쌀에 비하면 조금 높은 수준이다. 시기별로 변동이 있지만 현재 20㎏ 기준 5만~5만2000원 선에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가 가공센터를 찾아 직접 품질을 확인하고 쌀을 구입할 수도 있다. 5·10·20㎏단위의 쌀을 시중보다 5% 정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전화로 주문해 택배로 받을 수도 있다. 전화주문 시에도 도매가로 판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구입할 수 있다. 문의 031-923-8933

프리미엄 이경석 기자
일러스트= 프리미엄 김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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