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가수도 ‘돈봉투’ 주고 TV 출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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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god=1000만원’ ‘이효리+옥주현=3500만원’ ‘이수영+리즈+조윤희=3000만원’….

29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용우(46) 전 KBS 책임프로듀서(CP)가 유명 연예인들을 자신의 프로그램에 출연시킨 뒤 이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에 요구해 받은 돈 액수다. 돈이 오간 시점은 2004~2005년이다. 기획사별로 건넨 돈 액수에 차이가 있지만 연예인의 인기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한 수사 관계자는 “이씨가 그때그때 필요한 돈을 요구하면서 기획사별로 액수가 달라진 것이지, 특별한 기준이 있던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씨는 2004년 10월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비’가 3집을 출시하자 자신이 연출하던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시켰다. 다음 달 이씨는 JYP 대표 홍모씨에게 “도박자금이 부족하다”며 돈을 요구해 1000만원을 받았다. 이씨는 그해 말 6집 앨범을 들고 나온 같은 기획사 소속 그룹 ‘god’를 프로그램에 출연시켰다. 당시 인기 절정의 비와 god를 패키지로 묶어 1000만원을 받은 셈이다.

이씨는 DSP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모씨에게도 2004년 12월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두 차례에 걸쳐 1500만원과 2000만원을 받았다. 소속 가수 이효리와 옥주현을 자신이 연출하던 ‘비타민’과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시킨 뒤였다. 그는 팬텀엔터테인먼트 소속인 가수 이수영과 리즈를 각각 2004년 11월과 2005년 2월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시켰다. 같은 회사 소속 탤런트 조윤희가 KBS 예능프로 MC를 맡게 도와줬다. 이씨는 팬텀 이도형 대표에게서 2005년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받았다.

쥬얼리가 소속된 스타제국의 신모 대표도 2004년 6월 이씨에게 1550만원을 건넸다. 이씨는 같은 해 3월과 6월 스타제국 소속 신인그룹 VOS를 자신의 ‘일요일은 101%’에 출연시켰다. 2004년 9월엔 에이스미디어 소속인 개그맨 지석진을 자신이 연출하는 ‘일요일은 101%’ ‘여걸 파이브’에 고정 출연시키고 1억1000만원을 빌렸다. 이런 수법으로 이씨가 받은 돈은 모두 2억2000여 만원. 이 중 에이스미디어 홍모 대표에게 빌린 1억1000만원만 1년 뒤 이자 없이 갚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특히 출연자가 유명 연예인인 경우엔 지속적 관리 차원에서 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같은 혐의로 28일 구속된 MBC 고재형 책임프로듀서(CP)도 연예인 출연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 2005년 8월 당시 신인 그룹 ‘W’의 음반 홍보를 부탁받으며 소속사에서 1500만원을 받는 등 6000여 만원을 받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고 CP는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상습 도박판도 벌였다. 2004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서울 P호텔 사우나 특실이나 S, A클럽 등 룸살롱에서 매주 한두 차례 상습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판돈은 1인당 수백 만원에서 2000만원에 달했다. 또 지난해 9월부터 올 초까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과 6차례 마카오 원정 도박을 갔다 왔다. 고씨는 현직에 있던 지난해 12월 거의 매주 마카오에서 2~3일씩 머물며 ‘바카라’ 도박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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