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폐지되는 인구억제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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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60년대 초 처음 실시한 인구조사에서 당시 한국의 연간 인구증가율은 2.88%였다.1인당 국민총생산은 70달러 정도로 세계 최빈국의 하나였고,인구증가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의 하나였다.경지면적당 인구밀도도 세계에서 가장 높 은 수준이었다. 「빈곤의 악순환」을 차단하는 길은 우선 인구증가율을 낮추는것이었다.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매번 인구억제를 최우선목표로 삼았다.62년부터는 가족계획을 철저하게 장려했다.그 사이에 가족계획과 소득증가는 양방에 상승효과를 냈다.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기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 60년 6.0명에서 93년에는 1.75명으로 급속하게 떨어졌다.소득이 증가하면 출산율과인구증가율이 줄어 드는 것은 선진공업국이 겪은 역사적 사실이었고 우리나라도 동일하다.
사실 정부의 가족계획장려 보다 소득증가가 인구억제에 기여한 바는 훨씬 더 컸다.인구학자들은 우리나라의 2010년 인구증가율이 0.37%로 낮아질 것이고,2020년에는 총 인구가 약 5천만명에 이르러 이를 정점으로 인구는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신(新)인구정책」은 산아(産兒)제한차원의 인구억제정책을 폐지하고,앞으로의 인구정책은 질적인 면으로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한국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구밀도를 가진 나라 가운데 하나이므로 수적인 면에서도 관심을 놓아버려선 안 될 것이다.
이번 신인구정책에서 우리가 특히 환영하는 것은 그동안 「자녀둘만 갖기 운동」의 일환으로 실시해온 두자녀 이상 아이에 대한불리한 차별을 곧 철폐하겠다는 것이다.출산비 의료보험 혜택,학비보조 등에서 셋째 아이부터는 제외해 왔다.이 런 정책은 너무나 가난한 시절 별다른 대안이 없어 써온 야박하고 인권 차별적정책이었다.공개적인 불임수술권장도 폐지하겠다고 한다.경제발전이사람다운 국민생활을 누릴 자신감을 준 것이다.앞으로 보건.교육.인구분산 등 질적 인구정책에서 도 성과를 기하도록 노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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